여야의 5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17일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여야 간 소통을 통해 경색된 정국을 해소하는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다선인 7선의 서청원 정몽준 의원, 이인제 김무성 남경필 정의화 의원 등 7명이 참석하고, 민주당에서는 국회 부의장인 박병석 의원과 문희상 이석현 이미경 의원이 참석해 앞으로 정례적으로 만나 협의하는 기구를 만드는 방안 등을 중점 논의했다.

정국이 꼬인 상태에서 마주보고 달리는 여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다선의 경험이 있는 중진의원들이 나서서 서로 다른 입장을 조율하며 다독거리는 모양새를 보이자는 의도로서 좋은 현상이다. 그동안 여야의 첨예한 현안 대립으로 정기국회가 허송세월을 보이다가 끝 무렵에 여야가 합의해 12월 임시국회까지 열고 있지만 새해예산을 심의·통과시키고 산적한 현안사항은 슬기롭게 처리하는 데는 능력이나 시간상에 있어서 족탈불급(足脫不及)인 것이다.

하지만 정치라는 것이 꼭 좋은 것만 취하는 것이 아니고, 의사당에서는 초선이라고 하여 비중이 없는 정치인은 없다. 누구라도 국회의원의 지위에 있다면 초선이나 다선이나 특색 있는 정치적 입장을 내세우다보니 당초 의도대로 협의체가 잘 굴러갈지는 미지수다. 여야의 5선 이상 중진의원들의 면면의 경륜은 상당하지만 정당은 대표나 주요 직책으로 이루어진 의사결정기구에 의해 당론이 정리되는 관계로 이 모임이 친선모임으로 끝날지, 앞으로 새누리당과 민주당 내부에서 상당한 지분을 가지며 당내의 의사 결정과 지도 노선에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다.

지금까지 19대 국회에 들어 민생법안의 처리나 정치개혁 등에서 별로 보여준 것이 없다. 그래서 국민이 정치권을 불신하고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한 시기에 5선 이상의 다선 의원들이 여야 협의체에 참여하는 만큼 중진들은 행정부를 감시·감독하는 국회 본연의 존재 가치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본분에 충실하면서 원만한 정치력을 발휘해 여야 관계회복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기 바라며, 그 막중한 역할을 국민과 함께 기대해본다. 중재자가 되려면 자신의 희생 위에 성과가 이루어진다는 촛불의 철학을 먼저 깨달아야 하겠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