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민지 기자] 우리는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사람들이 겪고 있는 불행한 사건을 접한다. 우리는 타인의 불행도 어느새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일 뿐 같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연민과 공감조차 가지지 못하게 됐다.

<선량한 시민>은 어느 누구보다도 지극히 평범한 여성인 은주가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후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연쇄살인 행각과 이 연쇄살인이 폐쇄적 마을에서 하나의 놀이로 희화화 되는 과정을 정밀하게 파고든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관습을 철저히 깨는 것은 소설의 첫 장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두 번의 살인을 저지르고도 보통 사람들 속에 아무렇지도 않게 섞여 예전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지극한 평범함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누구라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경악할 만한 가능성을 꼬집는 듯하다.

진실을 모르는 채 가상의 연쇄살인범을 만들어 살인범이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될 악인들을 처치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다음 살인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작가가 말한 차가운 지옥은 바로 사람들이 타인의 불행을 가상의 세계에서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인 듯 쉽게 소비하고 잊어버리고 마는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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