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박근혜 정부의 외교가 새로운 시험대에 섰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한반도 정세가 출렁이고 있어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균형외교’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5차례의 해외순방에 나섰다. 이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최근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싸고 미중이 대립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그리 녹록하지 않다. 최근 방공식별구역(ADIZ) 논란만 보더라도 박근혜 정부가 해결해야 할 외교과제가 적지 않다.

자칫 한중일은 물론 G2(주요 2개국)인 미중 간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중국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가 포함된 데 대한 우리 정부의 시정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다. 미국과 공조하려니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려고 해도 정치·군사적으로 긴밀한 관계인 미국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중을 모두 만족시키려다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치권에선 “동북아 안보 지형이 심각하게 요동치고 있는데, 외교가 뭘 추구해야 하고 어떤 생존전략이 있어야 하는지 방향성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6자 회담에 대해 한미는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치를 거듭 주문해 왔다. 이런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다 보니 6자 회담은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이에 따라 6자 회담의 핵심 당사국인 우리 정부가 유연성을 갖고 대북관계 개선에 나서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 재개를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남북관계를 선순환으로 끌고 가면, 6자 회담 등과 같은 주변국과의 관계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관계 역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으나,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일본 지도자들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태도 변화가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추진하면서 우리 정부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우리 정부의 우려는 아랑곳하지 않는 흐름이다. 이로 볼 때 일본의 입장 변화가 없는 이상 한일관계 개선은 요원하다는 전망이다.

우리 정부가 공식·비공식 채널을 가동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어떻게 타개하느냐가 정권의 역량”이라며 “방공식별구별 논란을 계기로 박근혜 정부의 외교역량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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