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전 LG전자 소속 S-76 C++ 헬기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 아이파크 건물 외벽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16일 오후 부서진 외벽이 사고 당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안갯속 무리한 비행 ‘자의 vs 타의’ 의견 엇갈려
LG 해명 후, 오히려 동료·지인 통한 의혹 증폭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16일 일어난 LG전자 소속 헬기사고의 원인이 오리무중에 빠진 가운데, LG전자 측과 유가족 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이날 비행과 관련한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고의 원인이 안개로 인한 경로 이탈, 즉 기장의 과실로 무게가 쏠림에 따라 무리수를 두고 비행을 한 이유와 누구를 태우려 했는지, 최종 목적지가 어디였는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잠실行, 회사 측 강요였다? 아니다?

사고 당시도 안개가 짙었던 상황이라 유가족과 지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LG전자가 무리하게 잠실로 헬기를 불러들인 점을 지적하며, 회사 측이 운행을 강요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은 박인규(58) 씨의 아들이 증언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더 확산됐다. 아들 박모(23)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침에 아버지가 전화통화로 안개가 많이 끼어 위험하니 김포에서 직접 출발하는 게 어떠냐고 상의하는 것을 들었다”며 “그럼에도 회사는 잠실로 와서 사람을 태우고 내려가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 상황 때문에 박 기장이 잠실行을 거부했음에도 회사 측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잠실로 이동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동료이자 박 기장과 평소 고민도 털어놓는 사이라고 밝힌 A(58)씨는 “거절을 못하는 그 친구 성격상 윗선의 요구에 따랐을 것”이라며 “불쌍한 죽음이다. (LG전자 임원들이) 김포로 왔으면 이런 사고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대학원 동기이자 30년 지기 친구인 B(58)씨도 “평소 박 기장의 스타일상 이런 날은 절대 비행을 하지 않는다”며 “그렇게 철저하고 세심한 친구가 실수를 했다는 것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LG 측은 이날 잠실행을 결정한 것은 박 기장의 판단이었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사고 당일 빈소가 마련된 아산병원을 찾은 남상건 LG전자 부사장은 회사가 무리한 운행을 강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박 기장이 출발 두 시간 전인 오전 7시께 안개가 있으니 (잠실로 가지 않고) 김포에서 출발할지도 모른다고 했었다”며 “하지만 오전 8시께 (박 기장이) 안개가 사라지고 있어 문제가 없다. (잠실로) 출발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고 반박했다.

◆진짜 탑승객과 목적지 따로 있었다?

일반적으로 안개가 끼거나 비가 내릴 경우 헬기를 운행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 헬기 조종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비행을 한 점, 또한 휴일임에도 후임 기장이 아닌 최고참이자 LG전자 임원(상무)인 박 기장이 직접 헬기를 몰았다는 점은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애초 탑승객은 LG전자가 밝힌 안승권 기술담당 사장과 임직원 3명이 아닌 고위 관계자라는 의혹이다.

박인규 기장의 아들 역시 “국회의원인지 확실치 않지만 높은 사람도 같이 타고 내려간다고 들은 것을 기억한다”며 “아버지는 잠실에 들렀다가 전주까지 시간을 맞춰 가려면 시간이 없다며 급하게 나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원래 탑승객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과 김을동 의원이었으며, 헬기를 사용한 이유는 이날 전주에서 열리는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A씨는 “아래 기장이 4명이나 있는데 왜 굳이 그 친구가 운행을 갔겠느냐”며 “평소에도 이 친구는 주로 높은 사람만 모셨다”고 밝혔다. 사장급이나 상무급을 모시기 위해 운행을 나갈 직급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그는 “헬기를 타고 공장으로 간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상식적으로 토요일에 누가 공장(전주 칠러 공장) 시찰을 하러 가겠느냐”고 강하게 반문했다.

하지만 LG전자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구본준 부회장은 경기와 행사가 모두 오후에 있어 헬기가 아닌 자가용으로 이동하려 했다”며 “김을동 의원은 사고 헬기가 아닌 다른 헬기를 통해 전주로 가려 했지만 이후 일정이 취소됐다”고 해명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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