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열차 참가자들이 8일(현지시각) 오후 10시께 독일 베를린 중앙역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반기문 유엔총장·아웅산 수치 여사 등 참석
보수교단, 반대 입장 여전히 유지해 ‘골치’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한반도의 정의‧평화를 위한 세계교회의 역할을 모색하는 대규모 컨벤션이 부산에서 열린다.

한국기독교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종교행사로 불리는 WCC(World Council of Churches,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가 오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10일간 부산시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된다.

WCC 부산총회에 대해 한국준비위원회는 “이 시대 기독교인이 감당해야 할 선교적 사명을 공유하고,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전 세계교회들이 새롭게 교회연합운동의 지평을 열어나가기 위한 연합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기독교계 유엔’이라고 불리는 WCC는 세계 100개국 349개 기독교 교단이 회원으로 가입된 교회 협의체다. 가톨릭을 제외한 개신교와 정교회, 성공회 등 기독교인 5억 6000여만 명이 이 단체에 소속돼 있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God of life, lead us to justice and peace)’라는 대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WCC 부산총회에는 110개국의 349개 개신교 교단에서 1만여 명의 교회 지도자들이 참석한다.

그 시작을 알리는 ‘평화열차’가 지난 8일 독일 베를린을 출발했다. 베를린은 동독과 서독의 통일이 이뤄진 세계사적인 장소다.

오는 29일까지 21박 2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평화열차는 러시아 모스크바 및 이르쿠츠크, 중국 베이징, 평양을 거쳐 부산에 도착한다. 평화열차가 평양을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평화열차가 평양을 통과하지 못하면 참가자들은 중국 단동에서 배를 타고 인천항에 도착해 다시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한다. NCCK는 평화열차의 평양 통과를 위해 행사 기간 중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평화열차가 정차하는 곳마다 심포지엄, 평화순례, 기도회 등 다양한 ‘평화마당’ 행사가 진행된다. 이번 평화열차에는 독일 미국 스위스 가나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스웨덴 인도 말라위 브라질 뉴질랜드 캐나다 우크라이나 호주 등 15개국 131명이 참가했다.

WCC에서 7년마다 여는 WCC 총회는 기독교계의 올림픽이다. WCC 총회는 194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1차 총회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돌며 개최됐다.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절대신인 제우스 주신(主神)에게 바치는 일종의 종교행사였으며 그 여흥으로 여러 가지 운동경기가 진행됐다. ‘올림픽’이라는 이름은 그리스 펠로폰네소스반도 서부연안의 올림피아에서 열려 지역의 이름을 딴 것이다.

WCC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WCC 울라프 픽쉐 트베이트 총무는 최근 WCC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총회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사실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는 세계교회와 한국교회의 희망을 담은 표현”이라며 “지금 한반도야말로 정의와 평화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총회 주제에 맞춰 ‘생명 정의 평화’ 등의 주제로 다양한 회의를 열고 반도 평화와 통일 더 나아가 세계평화와 생명 존중의 문제 등을 다룰 예정이다.

행사동안 국빈급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미얀마 민주화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 등 종교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정치, 사회, 경제 분야 거물급 지도자들도 대거 방문한다.

특히 북한교회 대표들이 공식대의원으로 참석해 눈길을 끈다. 북한의 조선그리스도연맹은 과거 WCC 총회에 일반 게스트로 초청됐었다. 하지만 이번엔 공식 초청돼 총회 순서도 맡게 된다.

총회는 오전 전체회의로 시작되며 개회회의와 주제회의, 아시아회의, 선교회의, 일치회의, 정의회의, 평화회의 등으로 이어진다. 이와 함께 에큐메니컬 대화를 비롯해 87개의 워크숍과 50개의 전시회, 19개의 부대행사로 구성될 ‘마당 워크숍’이 진행된다. 주말에는 부산과 서울, 광주 등으로 흩어져 한국의 역사와 전통을 체험하는 13개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한편 부산총회를 둘러싸고 보수교단과 진보교단의 마찰이 여전히 골칫덩어리다. 진보진영이 ‘화합’을 희망하며 먼저 손을 내밀었지만 보수교단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지난 10일 열린 제24-7차 임원회의에서 WCC를 반대하는 이유로 거론한 ‘용공주의‧개종전도금지주의 반대’ 등의 내용이 담긴 정관을 개정했다.

또 WCC 제10차 부산총회 반대운동 연대(공동회장 박성기‧정판술‧지왕철 목사)는 지난 1일 광주 안디옥교회에서 모여 “WCC의 행보는 비성경적이며 반기독교적”이라는 방침을 유지했다. 부산총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주최국인 한국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교계를 비롯해 사회가 앞으로 부산총회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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