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image

지난주 내내 미국민을 분노하게 만들고 한국을 비롯한 전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했던 중국의 정찰용 풍선이 아직도 그 여운을 가시지 않게 하고 있다. 미국은 알레스카 인근에서도 추가로 발견한 사례가 있고 독자적 격추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그 외에 미국은 개발연관 6개 기관 수출 제재를 단행하고 이들 기관은 인민 해방군의 정찰 풍선, 비행체 개발 및 군 현대화에 적극 참여한 곳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첨단 기술 개발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정찰 풍선임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 여러 가지 정황에서 확인되고 있다. 적어도 일본, 인도, 미국 하와이 인근 등 세계 5개 대륙의 40개국 이상에 고고도 정찰 풍선을 보냈다고 국무부 고위당국자가 밝히고 있음을 봤을 때 이번에는 뭔가 행동으로 보여줘, 중국의 확대 행위를 최대한 막아 보려고 한 것 같다. 중국은 줄곧 기상 관측용 민간 비행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소도 웃을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이것 외에 핑계를 댈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에 중국이 날리고 있으며, 그 배후에는 당연히 중국군이 있다고 본다. 수년 전부터 세계 도처에서 중국 소유 정찰기구로 보이는 물체가 발견됐다. 유사한 비행물체는 필리핀, 인도, 일본 등에서도 목격됐다. 2020년 6월 17일 일본 센다이 상공에서 거의 동일한 형태의 정찰용 열기구가 목격됐다.

인도에서는 2022년 1월 6일에 블레어항 상공에서 목격됐다. 미국도 사실 처음이 아니다. 2022년 2월 16일 하와이주 해안에서 발견했다.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무인 원격조정 상태임을 확인했다. 미군의 가장 중요한 미사일 시험장 인근이다. 공중 우주작전을 수행하는 계측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도 2022년 12월 18일 발견됐다. 어떠한 표식도 없는 물체가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는데 미국이 몰랐다는 것은 상식을 초월하는 것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냉전 붕괴 후 미국 일극 체제로 세계 패권을 미국이 독주하면서 1992년 열린항공조약(Open Sky Treaty)이 체결됐다. 타국 영공에 일정한 기준을 충족시킨 과학 장비를 탑재한 항공기의 무제한 정찰을 허용했다. 상호 타국의 영공을 통해 민감한 곳도 볼 수 있는 것이며 ‘긴장 완화와 평화의 확대’를 목적으로 체결된 조약이다. 이는 2002년에 발효됐고 32개국이 가맹국이다.

그런데 미국은 2020년, 러시아는 2021년에 탈퇴했다. 자국의 정찰기로 가맹국에 진입해 지역 제한 없이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전제조건은 어느 국가이고 어느 국가의 회사인지 식별이 가능하게 표식을 해야만 한다.

문제는 중국이 이 조약에 미가맹국이며 미국은 이미 2년 전에 탈퇴했기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고삐를 단단히 쥐고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더이상 중국의 활개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도 탈퇴했으니 명분도 좋고 중국에게 전 세계를 향해 첨단기술과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계기로 확실히 삼겠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은 전쟁에서 보이는 전쟁으로도 중국을 제어하는 미국의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