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임창덕

▲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임창덕

사람은 동일한 사건을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고, 행동하는 시점의 ‘상황적 힘’에 의해 왜곡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다. 같은 사람이 같은 곡을 연주하는 경우라도 연주복을 입고 연주할 때와 남루한 옷을 입고 연주할 때의 실력은 다르게 느껴진다. 병원에서 실시한 모의실험을 보더라도 일부러 잘못된 처방을 내리고 그 지시에 따르는 정도를 봤더니 의사라는 권위 때문인지 별다른 의심 없이 따르는 사례가 있었는데 이것은 정장과 의사가 판단할 시점에 ‘상황의 힘’으로 작용하여 그러하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에서도 권위에 복종하는 이유가 성격보다 상황에 있고, 보통 사람들도 권위에 따라 잔혹한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회를 다소 권위주의적인 것으로 보는 것 같다. 1980년 네덜란드 조직심리학자인 홉스테드(Hofstede)는 문화적 또는 가치관적 차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문화형태를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었다. 사회 내에서 부와 권력이 불평등하게 배분되어 있는 정도, 즉 권위주의 정도를 나타내는 ‘권력간격’ 부문에서 권위주의적인 국가로 분류했고, 개인주의 또는 집단주의적 부문에서는 집단주의 성향이 있는 나라로 분류했다.

우리나라를 권위적인 나라로 본 시각은 또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라는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요소에 주목했다. 그리고 문화적 유산이 개인의 태도와 행동을 결정짓는다면서 1997년 괌 비행기 사고 예를 들었다. 수직적 관계와 같은 권위주의적인 문화요소가 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 것이었다.

}금년 7월 샌프란시스코 비행기 활주로 충돌 사고와 관련 미 언론들은 한국식 권위주의 문화가 사고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억측 보도한 적 있다. 그리고 토마스 코칸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국문화에는 ‘선배와 나이에 대한 존경’ 그리고 ‘권위주의적인 스타일’의 결합으로 단방향 소통을 하게 된다”고 보도한 바도 있다.

권위주의적인 문화에서는 상호관계가 수직적인 구조를 띄고 있어 상대방에 대한 평가가 직위 등 사회적 지위에 따라 평가되고 쉽고,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의 의견은 비록 합리적이라 할지라도 불합리하거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치부될 수 있다.

이제는 사회가 수평적인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이나 지위가 높고 낮음에 의해 그 사람이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역량과 같은 요소들에 의해 평가되는 시대다. 또한 공감, 협업을 통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지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이를 반영하듯 직급을 없애는 기업이 늘고 있다. 상명하복의 수직적 문화를 소통에 기반을 둔 수평적 문
화로 바꿔 신속한 의사결정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를 권위적인 나라로 보던 외국의 시각이 바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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