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미분양 6만 8107가구
미분양 주택 한달새 17.4%↑
‘악성 미분양’은 미미한 수준
정부, 당장 매입 가능성 낮아
대구 1만3천가구로 전국 최다
신규 사업계획 전면 승인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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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정부가 정한 위험선 넘은 미분양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달 68107가구로 집계됐다. 정부가 미분양 위험선으로 언급한 62000가구를 넘어선 것이다. 이런 미분양 물량은 20138(68119가구) 이후 94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미분양 주택 매입 검토하는 정부

아파트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시장 연착륙과 취약계층을 위해 미분양 주택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미분양 물량보다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아직 많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주택거래가 얼어붙으면서 분양시장도 덩달아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위험 수위로 판단하는 6만 가구를 넘어서는 등 지방은 물론 수도권까지도 미분양 공포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미분양 주택이 늘면 시행사와 시공사, 금융기관의 유동성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돼 경제에도 충격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파트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취약계층에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악성 미분양으로 간주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당장 정부가 자체 매입 등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 두 달 연속 1만 넘게 증가

국토부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8107가구로 전월보다 17.4%(180가구) 증가했다. 주택 경기 침체가 심각하던 20138월 이후 94개월 만에 최대치다. 지난 11~12월 두 달 연속 1만 가구 넘게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전국 미분양 물량이 10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시장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이 11035가구로 전월(1373가구) 대비 6.4%(662가구) 증가했고, 지방은 57072가구로 19.8%(9418가구) 늘었다. 경기가 7037가구에서 7588가구로 511가구(7.8%) 늘었고, 서울은 865가구에서 953가구로 88가구(10.2%) 증가했다. 조만간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1000가구를 넘어서게 된다. 서울 미분양 주택 규모가 1000가구를 넘은 건 20153(1064가구)이 마지막이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만 가구를 넘어선 후 7월에는 3만 가구, 9월에는 4만 가구를 돌파했다. 이후 11월에는 5만 가구를 넘어 곧바로 12월에는 6만 가구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대구시는 지난달 30일 지역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300세대 이상 신규 주택건설사업 계획 승인을 전면 보류하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대구지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 기준 13445가구에 이르고 있으며, 올해 입주 예정 물량도 36천여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작년 12월 말 전국 기준으로 7518가구로 전달 7110가구에 비해 5.7%(408가구) 늘어났다. 특히 수도권이 1051가구에서 1292가구로 22.9%(241가구) 증가했다. 지방은 6059가구에서 6226가구로 2.8%(167가구)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주택 증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운선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자산관리학과 교수는 금리와 자잿값 인상에 따른 분양가 상승 영향에 수요자들이 분양 아파트를 외면하고 있어 미분양 증가는 지속될 것이라며 미분양 주택이 6만 가구를 넘어섰으니 올해 10만 가구까지 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호덕 한국열린사이버대 부동산금융자산학과 특임교수는 올해 연말까지 미분양 주택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미분양 주택 해결방안과 관련해 결국은 대출과 금리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분양받을 수 있는 국민의 대출 이자를 줄여줘야 한다. 다른 이자는 다 오르더라도 주택 대출 금리는 낮아야 한다. 대출금리가 높아지면 국민의 주거권이 흔들린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미분양 사태의 주요 원인은 문재인 정부 말기 시행된 대대적인 주택 공급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주택 가격이 폭등하자 대규모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언론과 건설업계가 한목소리를 냈다. 이에 문 정부는 신도시 건설을 비롯해 연간 546000가구에 달하는 주택 공급을 결정했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노무현(연평균 363000가구), 이명박(357000가구), 박근혜(45만 가구) 정부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규모다. 게다가 당시 공급량 대부분은 정권 말기에 결정돼 향후 10년간 전국에 걸쳐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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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 아파트의 건설 현장 모습. (출처: 연합뉴스)

새해 분양 11곳 중 8곳 미달

새해 분양 단지에서 청약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1.3부동산 대책 이후 지방 아파트 단지를 찾는 수요가 더욱 줄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들어 1순위 청약을 받은 아파트 총 11곳 가운데 8곳이 청약 미달됐다.

1순위 청약 기준으로 충남 서산 해미면 서산 해미 이아에듀타운은 일반 공급 80가구 모집에 단 1명만 신청했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인천석정 한신더휴139가구 모집에 17명만 신청했고, 인천 연수구 송도역 경남아너스빌94가구 모집에 경쟁률이 0.211에 그쳤다.

경기 안양시 호계동 평촌 센텀퍼스트1150가구 모집에 257명이 신청하는 등 대단지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이같이 경쟁률이 낮은 것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지난달 3일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4개 구를 제외한 전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한 여파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기 지역은 청약 흥행 가능성이 커졌지만, 그 밖의 지역은 같은 비규제 지역 선상에 놓이면서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3445가구가 미분양인 대구의 경우 할인 분양을 내건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 서구 내당동 두류스타힐스는 지난해 10195가구 모집에 64명만 청약하면서 현재 할인 분양에 나섰다. 이 단지는 기존 분양가에서 10%를 할인해주고 중도금 전액 무이자 지원과 선착순 계약자에만 축하금 400만원과 공기청정기를 증정한다. 지난해 3월 분양했지만 미분양된 대구 수성구 시지라온프라이빗도 입주지원금 7천만원과 중도금 무이자, 시스템 에어컨 4대 무상 시공 등 8500여만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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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기자실을 방문해 간담회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원희룡 미분양, 정부 매입 당장 없어

아파트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시장 연착륙과 취약계층을 위해 미분양 주택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일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미분양 주택들이 시장에 나오는데 정부, 공공기관이 이를 매입하거나 임차해서 취약 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깊이 있게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한 바 있다. 현재 미분양 주택을 정부와 공공기관이 매입하는 시기나 방법, 규모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미분양 물량보다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아직 많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출입기자단과 만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악성이고 일반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모두 주택시장 위기로 볼 필요는 없다현재 특정 물량을 정부가 떠안아야 할 단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호덕 교수는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과 관련해 청년 결혼 장려를 위해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취지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예산이 뒷받침 해줄지는 의문이다. 어느 정도 규모를 사들이는 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도 어쩔 수 없는 방법이라면서 업계가 망하게 두면 피해가 너무 크다. 하지만 사주는 것도 한계가 있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박운선 교수는 정부가 무주택을 매입할 때는 일반 분양가 대비 70% 정도인 감정가로 매입한다서민이나 무주택자는 집을 살 기회를 얻게 되고, 건설사는 자금회전이 돼 부도가 나지 않게 해줘서 상생할 수 있게 해주니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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