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확산에 정보유출 우려

최근 1억 7천만건 얼굴 사진

정부서 민간에 넘어가기도

‘실시간 원격기술 금지’ 권고

“입법 추진해야” 의견표명도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최근 몇 년간 국외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얼굴인식 시스템’. 이 기술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대량의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하고 불특정 다수를 감시하는 데 활용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표현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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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출국하는 여행객들로 인천공항 출국장이 붐비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DB.

2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중국·미국·캐다 등 국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얼굴인식 기술에 기반을 둔 시스템을 도입 활용하고 있다. 얼굴인식 기술은 인물을 촬영한 이미지에서 눈·눈썹·코·입·얼굴 윤곽 등 개인의 고유한 얼굴 형상의 특징점을 추출하고 이를 저장한 뒤 다른 얼굴 이미지의 특징점과 대조, 그 인물이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술을 말한다. 

얼굴인식 기술은 최근 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 기술과 결합해 더욱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인물의 표정 변화나 장신구 착용 등과 같이 식별에 방해되는 요소가 있더라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학습과 추론 능력의 발전으로 인해 식별의 정확도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먼저 국외 주요국 사례를 살펴보면 중국은 지난 2015년 ‘톈왕(Skynet)’이라는 전국적인 영상감시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스템은 주요 도시에 설치된 약 6억대 이상의 CCTV와 얼굴인식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하고 범죄 용의자나 반체제 인사 등 특정 인물을 실시간으로 추적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로부터 이를 자국민의 감시에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에서도 범죄 수사나 출입국 관리 등 공공 영역에서 얼굴인식 기술을 활발히 사용해왔다. 그러다가 2020년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용의자가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얼굴인식 기술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즉 얼굴인식 기술이 특정 인종을 잘못 인식하는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됐다. 

이후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등 저명한 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얼굴인식 기술 다수는 백인·남성 등에 비해 유색인종, 여성, 성 소수자, 노년 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캘리포니아주 등 다수의 주 정부와 도시에서는 경찰 등 공공기관의 얼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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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시민단체 연대가 21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출입국 얼굴인식 인공지능 식별추적 헌법소원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민간기업에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제공한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7.21

국내의 경우 경찰청 3D 얼굴인식 시스템, 법무부의 출입국 인공지능 식별추적 시스템, 경기도 부천시의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확인시스템(실시간 원격얼굴인식) 등이 꼽힌다.

그중 법무부는 얼굴 확인을 거치는 1·2세대 출입국 심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심사 공무원이 출입국자의 여권 확인, 지문 인식, 얼굴 확인을 거치는 ‘유인 출입국 심사(1세대)’와 출입국자가 스스로 전자여권 확인, 지문인식, 얼굴 촬영을 거치는 ‘자동 출입국 심사(2세대)’가 그것이다.

이에 법무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지난 2019년 업무협약을 맺고 출입국 심사 고도화를 위한 ‘인공지능 식별추적 시스템’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3단계의 심사 과정을 거치면서 최대 1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출입국자가 심사대를 통과하는 동안 얼굴인식만으로 출입국 심사를 완료하고 심사 구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행동을 자동으로 탐지해 대응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재작년 법무부가 이 과정에서 내국인 5760만건, 외국인 1억 2000만건의 얼굴 영상정보를 식별추적 시스템을 개발하는 민간 기업들에 제공한 것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논란이 빚어졌다. 개인정보보호의 주무 중앙행정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 행위 자체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시민사회단체는 명백한 개인정보 위반이라며 지난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간업체 대다수, 정보유출 우려”

인권위는 얼굴인식 기술의 도입과 활용이 무분별하게 이뤄질 경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얼굴 정보와 같은 생체정보는 개개인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 고유한 신체적·생리적 특성을 나타내며, 한 사람을 다른 사람과 명확히 구별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사생활 보호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즉 국내외 사례처럼 시스템 개발을 맡는 업체가 민간 기업들이 대다수다 보니 정보가 유출될 경우 그간의 사건·사고들처럼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이 지목됐다.

특히 인권위는 얼굴인식 기술 확산이 ‘사생활 보호에 대한 기대가능성’을 현저히 낮추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국가가 얼굴 정보를 다량으로 수집·보유·분석하고, 이를 얼굴인식 기술을 공공장소 등에서 폭넓게 사용할 경우 특정 개개인에 대한 추적이나 감시까지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국가에 의해 얼굴인식 기술이 사용될 경우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도 자신이 익명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손쉽게 식별되리라는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합법적인 집회· 결사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조차도 꺼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저해할 위험성도 지니고 있다는 게 인권위 판단이다.

이에 인권위는 국회의장과 국무총리에게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기준을 두고 얼굴인식 기술 도입·활용은 반드시 개별적·구체적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의견표명이다.

아울러 얼굴인식 기술 개발·활용 전에 인권 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인권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한 기관이 인권 영향평가를 담당할 것을 표명했다.

또 국무총리에게는 관련 법률이 마련되기 전까지 공공기관이 공공장소에서 실시간 원격얼굴인식 기술을 도입·활용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수립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앞으로도 인권침해 우려 신기술이 무분별하게 도입·활용되지 않도록 기술발전의 사회적 영향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

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 관계자는 본지에 “얼굴인식 기술을 공공기관이 개발하는 기술이 아닌 민간에서 개발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개인정보가 다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결국에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개인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 활용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권고를 통해 얼굴인식 기술로 인한 기본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법률 근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 #경찰청 #법무부 #얼굴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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