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옆에서 가격 비교는 물론
마트 할인 앞 북적이는 사람들
시장 구경만 하는 가족·관광객
“최소한의 장만 봐야 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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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설 연휴 첫날인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가족단위의 귀성객이 고향 가는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천지일보=김한솔, 조혜리 기자] “물가가 오른 건 매번 실감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차릴 건 차리고 애들 맞이해야죠.”

설 연휴 첫날인 21일 한파에도 서울역 롯데마트를 방문한 이혜숙(가명, 60세, 여, 서울 중구)씨의 손에는 장바구니를 채울 목록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이씨는 “오늘 집에 도착하는 자녀와 손자들까지 모두 8명을 맞이해야 한다. 오랜만에 다 같이 모이게 됐다”며 “미리 명절 음식 재료를 사둔 게 많다. 오늘 추가로 더 사야 할 것 중에 육류는 동네 정육점이 저렴해서 거기서 구매할 예정이고, 여기서는 육류 외에 목록에 적힌 대로만 사도 25만원 정도 나올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식자재뿐만 아니라 손자들 용돈으로 기본 인당 5만원씩 줘야 하는데 솔직히 부담되지만 안 줄 수는 없다”며 웃음을 보였다.

마트에는 분주하게 장을 보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카트 속에는 식자재뿐 아니라 간편식이나 밀키트(반조리 음식) 등도 가득 담겨있었다. 

마트에서 즉석에서 부쳐준 명태전을 구매한 50대 남성은 “가격을 보고 놀랐지만 어쩔 수 없다”며 카트에 전을 담으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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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한솔 기자]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모습.

또 김남옥(가명, 70대, 여, 서울 용산구)씨는 돼지갈비 양념을 사야 한다며 소스 코너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는 “식구가 얼마 없어 준비가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며 “그래도 명절 구색을 갖춰야 하니까 이것저것 자려고 마트에 나왔는데 넉넉히 사지는 못하고 필요한 만큼만 사서 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은 대목을 맞았으나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상인과 모자를 파는 상인은 밝고 쾌활한 목소리로 손님들을 부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모자를 착용해보던 손님들은 ‘서로 어려운데 비싼데 조금만 깎아주면 안 되겠냐’며 흥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과일가게 상인은 “명절인데도 식자재를 사러 온 사람들이 적다. 그래도 몇몇 손님들이 마트보다 더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했으며 생활한복을 팔던 상인들은 한 가게에 여럿이 옹기종기 모여 “너무 춥고 사람이 없다”며 씁쓸해했다. 

남대문시장에는 설맞이 재료를 사러 온 가족들보다도 관광객이 더 많이 보였다. 가게를 방문해 물건이나 식자재를 구매하는 손님은 적었지만 간단히 배를 채울 수 있는 분식집과 호떡 가게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시장에서 나와 까만 비닐봉지 하나를 들고 버스를 기다리던 김금희(가명, 50대, 여, 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설을 맞이해 오랜만에 남대문시장을 혼자 둘러보러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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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한솔 기자]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모습.

김씨는 “식자재 구매는 명절이 아니어도 부담된다. 경제적으로 모두 다 어려운 상태라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우리 가족은 가볍게 외식하며 설을 지내기로 했다. 이미 신정에 떡국도 많이 먹고 전도 부쳐 먹었기 때문에 그거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남대문시장에 오랜만에 멀리 구경 왔는데 문이 닫힌 가게가 많아서 살 만한 게 별로 없었다. 오늘 이것저것 사고 싶었는데 내가 집에서 편하게 입을 바지만 구매해 최소한의 구매만 했다”며 아쉬워했다. 

생선가게에서 옥돔을 사가던 한 여성은 “명절 음식을 모두 미리 사둔 상태라 크게 돈이 나가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물가가 많이 올랐다. 오늘은 필요했던 옥돔만 사러 나왔다”며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김혜숙(70대, 여, 서울 마포구 공덕동)씨는 짐을 양손에 쥐고 시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김씨는 “이번 설을 함께 집에서 보낼 가족 수가 많지 않아서 식자재를 많이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15만원 정도는 들었다. 콩나물이 몇백원 오른 것만 봐도 물가가 오른 걸 크게 실감하고 있다”며 “남대문시장에는 운동 삼아 자주 오는 편인데 이미 설 선물은 구매해서 가족들에게 보낸 둔 상태고 오늘은 간단하게 선물할 옷을 몇 개 샀다”고 답했다.

인천 을왕리의 한 시장에서는 상인 유인태(가명, 62세, 남, 인천)씨가 “엔데믹으로 손님이 많이 올 거라 기대했다”며 “그런데 보시다시피 이렇게 한산하다”고 한숨을 지었다.

그는 “일년 중 가장 바쁠 때인데 뉴스를 보니 손님들이 다 해외로 나갔다”며 “오히려 작년보다 더 힘든 시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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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설 연휴를 맞은 21일 대전시민들이 한민전통시장에서 전을 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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