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식서 찬송가 불러 논란
조계종, 성명 내고 사퇴 촉구
"종교 중립적 의무 지켰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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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진욱 공수처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시무식에서 찬송가를 부른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둘러싼 ‘종교 편향’ 논란이 일고 있다. 불교계는 “종교중립 의무 위반 행위”라며 징계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 찬송가 부른 공수처장, 불교계 ‘분노’

김 공수처장은 개신교 교회 신자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일 열린 공수처 시무식에서 구성원들에게 단합과 업무 성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하는 취지의 신년사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독일 본회퍼 목사의 시 ‘선한 능력으로’를 소개하고 해당 시를 가사로 작곡된 노래를 불러 종교 편향 논란에 휩싸였다. 

김 공수처장에게 가장 비판적인 곳은 문재인 대통령 시절부터 지속해서 정부의 종교 편향을 토로한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이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는 최근 성명을 발표하고 “공수처는 공직사회의 특혜와 비리를 척결하는 수사기관으로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설치됐다”며 “정치적종교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하는 공수처장이 공식행사인 시무식에서 자신이 믿는 종교를 내세우며 찬송가를 부른 것은 공직자이자 사정기관장으로 명백한 종교 편향이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 공수처장에 대한) 엄중 징계를 내려야 하며, 형식적인 사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직을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공직자 종교편향 물의, 정권마다 반복

대한민국 헌법 20조는 1항에서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2항에서는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각각 규정했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 국교였던 불교, 조선시대의 유일무이한 통치이념인 유교처럼 특정 종교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역대 정권마다 특정 종교 공직 독점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공직자들의 종교와 종교적 발언을 놓고 사회적으로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의가 펴낸 대한민국 종교차별 사례집에 따르면 정교분리 위배행위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정부는 ‘이명박(MB) 정부’다. 종교차별 사례 전체 270건 중 이명박 정부 때 115건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망교회에서 장로로 활동하는 등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다. 이 전 대통령은 본인이 서울시장이던 2004년 한 기도회에서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말하는 등 대통령 당선 이전에도 종교적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어청수 대통령실 경호처장,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종교 편향 논란에 휩싸였는데 전부 개신교 신자들이었다. 

황우여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010년 12월 6일 개신교 법조인 모임에서 “가능하면 모든 대법관이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아들이길 바란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고, 김성이 전 복지부 장관은 자신이 대학교수이던 2007년 5월 31일 한 일간지에 “신앙심이 부족해 사회복지 정책이 실패했다”는 칼럼을 게재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문제는 이러한 종교 편향 발언이 가져오는 파장이다. 일례로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황교안 대표의 합장 거부 논란은 종교분쟁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였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알려진 황 대표는 당시 ‘부처님 오신날’ 법요식에 참석해 다른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불교식 예법인 합장을 하지 않아 논란이 불거졌다. 합장은 두 손을 모아 상대방에게 예를 갖추는 것이다.

조계종은 황 대표가 불교 예법을 따르지 않은 것을 두고 “나만의 신앙을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으라”고 비판했다. 이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불교 지휘부가 좌파 세상으로 가려 하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또 보수 교단 연합체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도 조계종을 향해 “월권이자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날을 세웠다.

모든 종교가 그렇지만 종교 편향 논란에 가장 민감한 것은 바로 불교계다. 불교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가톨릭 행보, 전국 19개 국공립 합창단의 기독교 편향적 인사와 공연 레퍼토리 등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줄기차게 ‘소외감’을 토로하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불교계의 분노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통행세’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터졌고, 결국 수천명의 승려가 모인 가운데 정부의 종교 편향을 규탄하는 전국승려대회로 이어졌다.

종교 편향에 대한 지적은 비단 불교계뿐 아니라 천주교계에서도 나온다. 서종빈 가톨릭평화신문 보도국장은 칼럼에서 “정치와 종교가 내편 네편으로 나뉘는 것은 종교의 참된 가치도 역할도 아니다”며 “편향적인 종교 정책으로 성장하려는 권력은 모든 종교가 막아야 하고 권력을 통해 성장하려는 종교는 모든 국민이 막아야 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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