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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현지시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장례미사가 진행되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이 신자들로 꽉 찬 모습. 2005년 제265대 교황직에 올랐으나 건강 문제로 즉위 8년 만에 자진 사임한 베네딕토 16세는 지난달 31일 95세로 선종했다. (출처:연합뉴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장례 미사가 5(현지시간) 성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수만명의 일반 참배객들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했다.

장례 미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집전으로 진행됐다. 가톨릭 역사상 후임 교황이 전임 교황의 장례 미사를 집전한 것은 1802년 비오 7세 교황과 비오 6세 교황(전임) 이후 이번이 역대 두 번째다.

바티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의 장례 미사는 성 베드로 광장 야외 제단에 삼나무로 만든 교황의 관이 놓이는 것으로 시작됐다. 관 속에는 고위 성직자의 책임과 권한을 상징하는 팔리움(양털로 짠 고리 모양의 띠)과 베네딕토 16세의 재위 기간 주조된 동전과 메달, 그의 재위 기간 업적을 담은 두루마리 형태의 문서가 철제 원통에 봉인돼 간직됐다. 관 위에는 성경책 한 권이 놓였다.

오전 9(한국시간 오후 530)부터 약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미사는 바티칸 시스티나 합창단의 성가를 시작으로 진행됐다. 무릎 통증으로 휠체어를 타고 미사 현장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단 옆 의자에 앉아 무거운 표정으로 장례 미사를 주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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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장례미사가 진행되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장례 진행요원들이 베네딕토 16세가 안치된 관을 옮기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교황은 베네딕토 16세의 친절함과 지혜, 헌신에 감사하다고 전하며 영원히 주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기쁨이 완성되길 빈다고 안식을 빌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순례객들은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눈물을 훔쳤다.

모든 참석자가 일어나 조의를 표하는 것으로 장례절차가 마무리되자 가톨릭 성직자들은 다시 교황의 관을 메고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들어갔다. 관은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서 잠시 멈췄다. 휠체어에서 일어선 교황은 성호를 긋고 관 위에 손을 올린 뒤 잠시 묵상했다. 교황의 관은 계단을 내려가 바티칸의 지하 묘소에 안장됐다. 묘소에서 교황의 삼나무 관은 아연으로 만든 관과 참나무 관 안에 차례로 모셔졌다.

지하에서 열린 안장 미사는 바티칸 관계자와 교황의 측근 등 극소수만 참가했다. 장례의식은 베네딕토 16세 이름이 새겨진 대리석이 덮이면서 끝이 났다. 베네딕토 16세는 전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가 이장되기 전까지 묻혔던 그 묘역에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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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5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장례미사를 집전한 뒤 고인의 관(棺)에 손을 얹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성 베드로 광장엔 5만명 추모 인파

성 베드로 광장 인근에는 교황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참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광장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가톨릭 신자와 로미 시민 등 약 5만명이 운집했다. 일부 신자들은 즉시 성인으로!(Santo Subito!)’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기도 했다. 이탈리아 안사 (ANSA) 통신은 새벽 630분부터 장례 미사에 입장하기 위한 대기 줄이 길게 이어졌다고 전했다.

베네딕토 16세 시신이 안치됐던 성 베드로 대성전에는 사흘간 약 20만명이 넘게 방문하는 등 교황의 마지막 길을 추모하는 열기가 뜨거웠다.

장례식에는 세계 각국의 정상을 비롯한 주요 지도자 등이 참석했다. 다만 베네딕토 16세가 현직 교황이 아닌만큼 교황청은 바티칸이 속한 이탈리아와 그의 모국인 독일 대표단만 이번 장례 미사에 공식 초청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조르자 멜로니 총리·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 독일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올라프 숄츠 총리,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총리 등이 참석했다.

필리프 벨기에 국왕과 소피아 스페인 왕대비 등 왕족들과 리투아니아, 폴란드, 포르투갈, 헝가리, 슬로베니아, 체코, 슬로바키아, 토고, 가봉 등 유럽과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개인 자격으로 참석해 광장 중앙에 마련된 귀빈석에 자리 잡았다.

대부분의 국가는 주교황청 대사가 자국을 대표해서 장례 미사에 참석했다. 우리나라는 오현주 신임 주교황청 한국 대사가 우리 정부를 대표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염수정 추기경과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와 사무국장인 신우식 신부 등이 한국 천주교 조문단으로 참석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도 참석해 한마음으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영면을 기원했다.

한편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지난달 31일 바티칸시국의 한 수도원에서 95세로 선종했다. 베네딕토 16세는 265대 교황으로 2005419일부터 2013228일까지 7년여간 가톨릭교회를 이끌다가 건강상 이유로 재위 중 자진 퇴임했다. 이는 가톨릭 역사상 거의 최근인 600년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첫 교황으로 이후 명예 교황으로 불리며 가톨릭계에서 존경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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