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16세 전 교황 선종
尹대통령 “깊은 신념 존경”
정 대주교 “생명가치 수호”
국내 분향소에도 조문 발길
7일 명동대성당서 추모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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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대성당에서 한 신자가 베네딕토 16세의 초상화 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AP 사진/에론 파빌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보여준 생전의 가르침과 가톨릭교회와 더불어 에큐메니칼 신앙공동체간 대화와 협력을 앞서 이끌어 온 제사장적 삶과 실천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지난해 123195세로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단 천주교계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정상들이 일제히 추도문을 발표했으며 윤석열 대통령도 페이스북을 통해 “20세기 최고의 가톨릭 신학자였던 그분의 신앙과 학문, 인품과 신념의 깊이는 천주교인뿐 아니라 모든 종교인으로부터 존경받는 이유였다고 애도를 표했다.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교황에 취임한 베네딕토 16세는 2013년 건강상 이유로 자진 사임했다. 이는 가톨릭 역사상 600여년만의 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러한 그에게는 명예 교황의 칭호가 붙었으며 이후 바티칸 내 한 수도원에 생활하다가 선종했다. 그는 생전 규율과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 성향으로 기독교 신앙의 쇠퇴와 세속화에 맞서 교회의 전통적 가치 회복에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진보 성향의 후임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미묘한 갈등 관계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격의없이 대화를 나눌만큼 가까웠던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는 2019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두 교황으로 제작되기도 해 화제가 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에 대해 인간 생명의 가치를 수호하는데 큰 관심을 두셨다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1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우리나라 천주교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 그리고 교황님을 존경하는 분들이 깊은 슬픔 속에, 또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품 안에 영원한 안식에 드심을 추모하는 상념에 깊이 잠긴다고 추모했다.

정 대주교는 베네딕토 16세가 전통적인 교회의 가르침을 존중하면서도 새롭게 변화하는 세상에 보조를 맞추고자 힘썼다면서 교회의 진정한 문제는 신자 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의 신앙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라는 그의 발언을 소개했다.

바티칸은 베네딕토 16세의 유언을 최근 공개했는데 어떤 식으로든 내가 잘못한 모든 사람에게 온 마음을 다해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교황 재임 때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 이 유언에서 그는 신자들에게 믿음 안에 굳건히 서라. 자신을 혼란에 빠트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종교계에서도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대 종단으로 구성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추도문을 통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전한다안타까움과 슬픔을 감출 수가 없다고 추모했다.

이 단체는 평생 가톨릭의 전통과 사랑을 몸소 실천해온 교황님의 삶의 궤적은 우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님의 영면을 바라며 평안과 안식이 영원히 함께하기를 기도하고, 슬픔에 잠긴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4특별히 슬픔에 잠겨있을 세계 가톨릭공동체 모든 구성원들에게 위로를 전한다전임 교황이 남긴 신학적 유산과 순박한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의 마음, 낮은 자리를 향한 겸손의 정신은 모든 에큐메니칼 신앙공동체의 유산이며 계속해서 우리가 실천해가야 할 삶의 궤적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명동대성당은 베네딕토 16세를 추모하는 공간을 지하 성지에 마련해 신자들의 조문을 받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과 정 대주교가 서울대교구 주교단 및 사제단과 함께 이곳을 방문해 기도했고 베네딕토 16세를 기리며 묵상하는 신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주한교황대사관에도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한국천주교 주교단과 사제단은 7일 오후 4시 명동대성당에서 베네딕토 16세 추모 미사를 봉헌한다.

한편 바티칸에서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에 대한 조문은 4(현지시간)까지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있을 예정이다. 장례미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5일 오전 930분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일행은 3(현지시간) 오후 로마에 도착해 4일 성 베드로 대성전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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