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끝났는데도 후폭풍 더 거세져

불법 41건 적발·60명 경찰 수사 중

화물연대 “우리와 무관한 일” 반박

尹 “불법 끝까지 책임 묻고 뽑아야”

 

전문가들 “파업 벌일 때 벌이더라도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파업 나선 배경이해 필요” 목소리도

안전운임 3년 연장 입법 여부 불투명

[천지일보=최혜인·홍보영 기자] 보름이 넘게 이어진 화물연대의 파업이 지난달 들어 가까스로 종료됐지만 후폭풍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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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를 잡은 당정이 당초 제시했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철회하고 대응 수위를 높인 가운데, 이렇다 할 소득 없이 파업을 접은 화물연대는 위원장에 이어 부위원장이 단식농성에 들어가는 등 또 다른 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파업 종료 이후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파업 기간에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고 산업현장에 만연한 조직적인 불법행위도 확실히 뿌리 뽑아야 한다”며 수사에 이어 손해배상까지 시사하는 등 법과 원칙에 따른 엄중 대응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당초 이들 화물연대의 파업은 민주노총 ‘동투(冬鬪)’의 시작점이었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를 중심으로 서울대병원·학교 비정규직·서울교통공사·전국철도노조로 연결되는 ‘줄 파업’을 벌였다. 이후 협상이 타결되거나 파업을 접는 노조가 늘어난 가운데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 현장 각지에선 운송방해 행위가 잇따랐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들이나 비조합원들에 마이크나 라이터를 던져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사건이 있는가 하면 쇠 구슬을 발사하거나 달걀을 던졌다는 혐의의 사건도 발생했다.

◆파업불참자 운송방해 ‘논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경찰청은 화물차량 손괴·운송방해 등 41건, 60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과 울산에서 경찰관 폭행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7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업무개시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개시하지 않는 등 명령을 위반한 조합원 2명에 대한 고발을 접수해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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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사흘 차인 26일 부산신항에서 정상 운행 중인 화물차에 파업 참가자가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쇠 구슬이 날아들어 차량이 파손되고 운전자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물차에 날아온 쇠구슬 추정 물체. (출처: 연합뉴스)
 

사례들을 살펴보면 먼저 부산에서는 강서구 4부두 집회현장에서 운행 중인 비노조원 트레일러 운전석 뒤쪽을 향해 마이크를 던져 운행을 방해한 화물연대 지부장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어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국제터미널 인근에서는 화물연대 비노조원이 운행하는 차량에 달걀이 날아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비슷한 시기 남구 신선대부두 인근을 지나던 비조합원 운행 차량에도 달걀이 날아들기도 했다.

이날 부산신항 선원회관 앞에서 라이터를 던져 차량 운행을 방해하거나 경찰에게 물병 등을 던진 조합원 3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파업 이튿날에는 비조합원 화물차에 쇠 구슬이 날아들어 유리창이 파손되고 차 앞 유리 파편이 튀어 운전자가 다치는 일도 있었다. 이후 경찰은 압수수색을 벌여 범행 용의차량에서 남은 쇠 구슬과 차량 운행일지 등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화물연대 측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들이나 비조합원들의 운송을 방해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지에 “노동운동을 민주화 이전처럼 해선 안 되고 이젠 평화적으로 해야 한다. 폭력 시위는 외국에서 보듯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어디까지나 그 대상을 사업자, 즉 고용주로 한정해야지, 그게 아닌 정부를 대상으로 한다면 그건 시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보는 화물연대 파업

장 교수는 이를 위해 “먼저 법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독일의 경우 시위는 자유롭게 하되 폭력이나 불법은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 가령 파이프나 각목 등 도구를 시위에 들고 가는 것 자체를 폭력으로 보고 즉시 진압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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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인근 도로에서 운행 중이던 트레일러 차량에 쇠구슬 투척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인 경찰이 29일 오전 화물연대 김해지부 사무실과 부산신항에 마련된 화물연대 농성천막,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어 “이제 ‘폭력은 안 된다’라는 인식이 점차 퍼지니까 경찰에서 과잉 진압이 있으면 대응해야 되지 않느냐는, 이른바 자위 차원에서 불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하지만 설령 과잉 진압으로 잘못됐어도 이에 불법으로 대응한다는 건 또 다른 문제”라며 “‘먼저 불법했으니까 우리는 정당하다’라는 인식에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법의 엄격성도 중요하지만 법 집행에 일관성이 있어야 된다”며 “어떤 사안에선 ‘다 체포하겠다’고 하다가 다른 일엔 엄포만 놓고 적당히 타협해 넘어가곤 하는데 이게 문제가 된다. 한 예로 그간 정권이 바뀌거나 할 때마다 타협을 많이 하다 보니 사람들이 재판받고 감옥 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용되는 범위가 점차 줄고 기준이 일관성 있게 엄격히 적용되면 사람들이 불법을 안 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도 “최근 노조 협상이 당사자가 아닌데 협상하는 형태가 이뤄지고 있다. 구조적인 차원에서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불법까지 벌어지게 된다”며 “먼저는 모든 것이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노사 자율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화물연대가 왜 파업으로 갈 수밖에 없는지를 각계가 충분히 이해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정학 방송대 법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화물연대가 왜 저러는지를 정확하게 잘 모르기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면서 “지난 5개월 전에 타협했는데 그게 왜 지켜지지 않는지 이런 것들이 좀 더 많이 그리고 정확하게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어지는 불법 파업 논란에 대해선 “이들이 지키면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었을까. 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며 현 사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화물연대 파업 시작부터 철회까지

오래도록 진행돼온 화물파업 요지는 이렇다. 총파업의 계기가 된 안전운임제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3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20년에 ‘3년 시한’의 일몰제로 도입돼 올 12월 31일 종료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화물연대 파업의 핵심 사유인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골자로 한 법안이 계류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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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소속의 한 간부가 삭발하며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에 대한 교섭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안전운임제는 화물 노동자에게 적정수준의 임금을 보장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최저임금을 보장해주면서 과로·과속·과적 등으로 시달리는 화물 운전자의 사고를 예방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화물연대는 앞서 지난 6월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섰다. 3년 일몰제를 앞두고 이를 연장하기 위해 오랫동안 논의 과정을 거쳤지만, 정부가 지난해부터 계속 미뤄왔다는 것이 파업을 한다는 이유였다.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하고 발효되려면 6개월 기간 안에 처리해야 함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어 안전운임제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려면 총파업을 해서라도 6월 말까지 처리해야 된다는 설명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여파로 어려워진 국가 경제 상황에서 파업으로 인해 산업계의 피해가 눈덩이 같이 불어나자 8일간 파업 끝에 정부는 화물연대와 안전운임제 지속추진과 품목확대에 대해 논의한다고 합의했다. 이로써 화물연대는 현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지난달 14일 파업 이후 국토부가 “논의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후 하루가 지난 15일 정부와의 교섭이 이뤄졌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파행됐다. 

정부와 여당은 총파업 돌입을 이틀 앞두고 품목 확대 없이 일몰 3년 연장안을 제시했다. 교통안전 효과의 불분명한 부분과 일몰 연장을 통한 추가 검증의 필요성이 있고, 최근 고유가 상황과 이해관계자 간의 의견을 고려해서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는 화주단체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분석한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결과 화물기사의 소득이 유의하게 증가하고 과로문제도 일부 개선돼 도로교통안전에 기여했다는 것과 배치됐기 때문이다.

총파업 당일인 지난달 24일 정부는 업무개시명령도 불사하겠다며 엄정대응으로 맞섰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산업계 피해도 커지고 불법행위 혐의도 드러나면서, 노정이 강대강으로 대치상황으로 직면했다. 닷새가 지나고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이후 물동량이 점점 회복하면서, 화물연대는 파업 유지 동력을 잃어갔다. 결국 조합원의 파업 철회 찬반 투표가 가결되면서 파업이 종료됐다.

현재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의 입법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안전운임제에 대해 일몰 연장은 가능하되 품목 확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에서 안전운임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파업에 나선 만큼 일몰 연장 제안이 무효가 됐다는 주장이다. 파업으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3년 연장안을 제안했지만, 화물연대가 이를 거부하고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해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 만큼 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파업 종료 이후에도 “경찰 등 법 집행기관은 엄중한 책임 의식을 갖고 불법과 폭력에 단호하게 대처하라”며 “국가가 이를 방치한다면 국민과 근로자들, 그리고 사업주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제 임기 내 불법과 타협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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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한솔 기자] 공공운수노조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국제운수노동자연맹, 공무 인터내셔널, 국제노동조합총연맹이 2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가 ILO 협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 제소를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정부 #안전운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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