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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지한아, 잘 가. 엄마가 미안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49재가 치러진 서울 조계사에서는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의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슬픔과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서울 한복판 이태원 골목에서 압사 사고로 158명의 희생자를 낳은 참사가 발생한 지 49일째.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를 봉행했다. 이날 위령제는 유족의 동의에 따라 영정 67위와 위패 78위를 모셔놓고 불교 전통 의식으로 치러졌다.

영하권의 쌀쌀한 날씨, 눈이 수북이 쌓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 희생자 유족 150여명을 비롯해 조계종 스님과 신도 500여명이 자리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명종 소리가 158번 울리며 조계사 일주문에서 시련 의식이 진행됐다. 이후 대웅전 앞 영단으로 이동해 헌향과 추도사, 관욕 의식 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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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가 봉행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추모 법문을 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유족들에게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이 앞으로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영가는 영가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마음을 하루빨리 추스르고 냉철한 마음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돼 있는 인드라망(부처가 온 세상에 머물고 있음) 안에 다 같이 살고 있다. 그러므로 나의 일이 너의 일이고 너의 일이 나의 일”이라며 “영가와 가족들에게 한없는 위안을 줘야 한다. 영가가 고통을 다시는 겪지 않도록 이고득락(離苦得樂, 괴로움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누림)과 극락왕생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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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에서 추모 법문을 읽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16

조계종 어산종장 화암스님 집전으로 위령 의식이 20분간 진행됐다. 이후 스님과 유가족들이 헌화하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섰다. 헌화를 마친 유족들은 눈물을 훔치거나 부축받으며 내려왔다.

유가족을 대표해 고(故) 이지한씨의 어머니가 “오늘이 지나면 이생에서는 아이들과 마지막 날이란 생각에 가슴이 뛰고 숨이 막힌다”며 “(아이들을) 잘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만큼은 아름다운 말만 하려 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유족들의 편지를 읽어내리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대한민국 한복판 이태원 골목에서 차갑게 생을 다한 우리 아들, 딸들을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는 호소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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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에서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위령제를 마친 뒤 고인의 위패와 옷가지를 태우는 소전 의식이 이어지자 조계사 경내는 절규와 눈물바다가 됐다. 부모들은 잿가루가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자식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짖었다. “내 아들이 죽었다”며 창자가 끊어질 듯 절규하며 슬픈 마음을 곡조에 담아 부르던 희생자 어머니의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는 불교‧원불교‧유교‧천도교 등 7대 종단 지도자들이 추모식을 거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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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에서 유가족들이 헌화를 마친 뒤 소전의식에 참여, 오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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