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FOMC서 빅 스텝 밟을 듯
물가 상승률 2달 연속 하강곡선
비둘기파-매파 의견대립 심화
차기 FOMC서 0.25%p↑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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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고, 작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 폭을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한숨 돌리게 된 셈이다. 

이에 이르면 이달부터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14일(현지시간)까지 열리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빅 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진행해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노동부는 11월 CPI가 전년 동월보다 7.1%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최소폭 상승으로 시장 전망치(7.3%)를 밑도는 수치다. CPI 상승률은 지난 9월까지만 해도 8%가 넘었으나 10월 7.7%로 둔화됐고, 11월에는 7% 초반까지 떨어졌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6.0%, 전월보다 0.2%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정확한 물가 지표로 여겨지는 근원 CPI 상승률 역시 시장 전망치(6.1%)를 하회한 6.0%를 기록했다. 

다만 미 전문가와 언론은 연준이 당장 0.25%p의 베이비 스텝으로 물러설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근원 CPI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해 연준 목표치(2%)의 3배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CPI와 상관없이 14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 스텝을 밟으며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 반영된 12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확률은 79%로 집계됐다.

관건은 내년 2월에 열리는 FOMC에서 연준이 어떤 통화정책을 펼치냐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두 달 연속 완연한 하강곡선을 그리면서 내년에 얼마나 금리를 더 올릴지, 높은 수준의 금리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를 놓고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와 매파(통화긴축 선호)의 의견 대립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40년 만에 미국을 찾아온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릴 때는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 조치에도 연준 내에서 거의 이견이 분출되지 않았지만, 둔화 신호가 나타난 이상 경기침체와 실업률 증가를 우려해 긴축의 고삐를 늦춰야 한다는 비둘기적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비둘기적 견해에 힘을 싣는다.

11월 CPI에서 에너지 물가지수는 전월보다 1.6% 하락했고, 지난해 초기 인플레이션을 주도한 중고차 가격도 2.9%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에너지 물가는 13.1% 급등했지만, 내년 2월부터는 비교 시점이 전쟁 발발 이후로 바뀐다는 점에서 큰 폭의 둔화 내지 하락 전환이 유력하다.

식료품과 주거비용은 11월에도 급등세를 이어갔지만, 최근 몇 달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다소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시장 침체를 고려할 때 내년에는 주거비용 상승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겨우 두 달간의 물가 지표만 보고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변수가 연말 연초에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데다 통제가 어려운 서비스 물가의 오름세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연설에서 “상품, 주거비용, 주택 이외의 기타 서비스 등 세 가지 부문의 물가 경로를 관찰하고 있다”며 “그 중 기타 서비스 비용이 기저의 물가 압력을 잘 반영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임금상승이 서비스 비용을 함께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지도부가 실업률을 가장 걱정하는 비둘기파의 견해보다는 경기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물가를 확실히 잡는 게 우선이라는 매파의 견해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따라서 연준이 내년 초 5% 안팎의 수준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더라도 내년 말까지 금리인하로 전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역시도 내년 2월 FOMC에서 연준이 베이비 스텝을 밟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에서 12월 빅스텝에 이은 2월 베이비 스텝 가능성은 전날 35%대에서 이날 CPI 공개 이후 55%대까지 높아진 반면, 2월 빅스텝 가능성은 10%p 이상 내려앉았다.

한편 예상을 밑도는 인플레이션 지표에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1.01% 상승 마감한 반면 국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장기채인 10년물 금리가 단기채인 2년물, 3개월물을 밑도는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통상 경기침체 전조현상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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