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에 나선 통일부
‘통일미래전략기획단’ 신설
남북협력 기구 등은 통합
전문가 “당장 호응 안해도
언젠가 대화 테이블 나올것”
‘보여주기용’ 이라는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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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로그.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통일부가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이행 방안인 ‘담대한 구상’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개편에 나섰다.

이는 관련 전략 수립 기능 강화 차원인 동시에 효율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조직을 정비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남북관계가 강대강 대치로 얼어붙어 있는 데다 북한이 최근에도 연일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맹비난하고 있는 형편이라 주목을 받는다.

결국 북한이 협상 복귀를 모색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의견과 함께 당장은 북한이 호응하고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일종의 ‘보여주기용’일 뿐이라며 일갈하는 견해도 나온다.

◆통일부, ‘담대한 구상 추진’ 조직 신설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9일 정부서울청사 정례브리핑에서 “행정안전부가 ‘통일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을 오늘부터 12일까지 입법 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편안에 따르면 통일부는 ‘담대한 구상’ 등 새로운 통일미래 전략의 기획·수립을 위해 ‘통일미래전략기획단’ 신설과 통일정책실 산하에 통일 문제에 대한 국민 참여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참여소통과’를 만든다.

특히 통일미래전략기획단은 관련 전략·계획의 수립을 총괄하면서 민간 협력 체계 구축, 관계부처 및 기관과 협력, 국제 협력 등에 있어 조정하는 역할 등을 맡는다.

다만 통일미래전략기획단은 내년 12월 31일까지 존속하는 ‘한시조직’이며 이에 필요한 인력 9명 중 2명은 통일부 정원으로, 7명은 통일부 소속기관의 정원을 각각 재배정해 활용한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반면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사무처’를 ‘남북협력지구 발전기획단’과 통합하면서, 발전기획단 단장이 남북공동위원회 사무처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운영부와 교류부도 운영교류부로 통합 개편된다.

이 부대변인은 “통일부는 국내외 통일외교 환경 변화 등을 조직이 효율적으로 뒷받침해 나간다는 입장과 정부의 효율적 조직운영 방안에 따라 조직 개편을 위해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통일부의 직제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 이후 차관 국무회의 등을 거쳐 공포‧시행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담대한 구상’ 北잇단 비난

당장은 경색국면에 있지만 대화 가능성에도 여지를 둔 셈인데, 통일부는 남북관계의 분위기가 반전됐을 때를 대비한다지만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경색국면을 넘어 단절의 시대로 가지 않으면 다행으로 칠 정도다.

북한은 대화는커녕 연일 도발에 나서고 있고, 윤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선 최근까지도 ‘황당한 망상’이라며 막말을 쏟아냈다. 이번달만 해도 지난 4일과 8일, 그리고 이날까지 세 차례나 된다.

이날도 북한은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에 실은 ‘추악한 본색은 가리울 수 없다’는 글에서 지난달 통일부가 윤 정부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의 설명자료집을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반공화국 대결 흉심이 가득 차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것은 바로 저들의 북침 전쟁 책동으로 하여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가 극히 엄중한 단계로 치닫고 있는 책임을 우리에게 넘겨씌워 보자는 것”이라고 정세 악화 책임을 남측에 돌렸다.

앞서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 설명자료에는 윤 정부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의 구체적인 방향이 담겼는데, 북한과 비핵화 협상 초기에 일괄타결을 하고 비핵화 진전에 맞춰 경제·정치·군사 분야에서 동시적·단계적으로 상응 조처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발표 이후 북한은 선전매체 등을 통해 담대한 구상이 과거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과 다를 바 없다고 깎아내리며 지속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비핵·개방·3000’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인당 주민 소득을 3천 달러까지 올려주겠다는 내용이다.

◆통일부, 조직개편 배경은

통일부의 조직 개편을 두고 북한이 결국 대화 테이블에 나올 경우를 위한 대비용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윤 정부와는 대화할 것 같지 않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수위를 조절하면서 여지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문성묵 한국전략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현재 호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까지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하겠느냐”며 “북한은 과거에도 수없이 대화 안하겠다고 해놓고선 슬그머니 나온 적이 많았다. 작금의 상황만을 보고 판단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북한은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이라는 설명인데, 실제 북한은 2017년 핵 무력 완성 선언 전까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이어갔으나 2018년 초 평창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며 돌연 대화모드로 전환한 바 있다.

반면 바이든판 ‘전략적 인내’ 구축으로 상황 관리에만 치중하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 정부의 제재 해제 등 통큰 양보가 없다면 북한이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속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 가속화도 이 같은 해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박종철 경상국립대 교수는 통화에서 “북한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대화를 하고자 하는 지도자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북한의 강경책도 이 같은 결론과 함께 ‘하노이 노딜’ 이후의 북한과 중러 간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 전략의 일환이지 갑작스런 일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웬만해선 협상장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강조점이다. 일각에선 대북 강경 일변도라는 정치권 안팎의 비판에 대한 일종의 ‘여론용’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북한의 호응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는 대화를 할 구체적인 준비가 돼 있다’는 ‘보여주기용’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달 하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올해 사업을 결산하고 내년도 국정운영 방향을 결정한다. 전원회의는 김정은 시대 들어 핵심 의사결정 기구로 자리 잡았는데, 특히 북한이 올해 벌인 무력 행보나 남측 대북정책 관련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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