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천지일보=김한솔 기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2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정책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를 담은 항의서한을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2.05

노조, 7개 정책 찬반투표

3만 8천여명 대규모 참여

‘행안부 장관 파면’도 담겨

정부, ‘투표 불허’ 사전공지

“경찰수사 의뢰도 검토 중”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정부가 최근 정부 정책 찬반투표를 벌인 공무원노조에 대해 징계를 내리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천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사전에 지자체별로 공문을 내려 공지한 만큼 투표에 참여한 공무원들과 주최한 이들을 대상으로 해당 기관에 징계요구서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징계 대상은 투표에 참여한 중앙·지방 공공기관 소속 공무원들로 3만 8000여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행안부 감사관실에서 시도별 관련 기관으로 징계요구서가 하달되면, 이를 접수한 지자체장 등 공공기관장은 관련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본지에 “현재 지역별로 투표 관련 적발 상황이 파악됐다. 투표함을 설치하지 못하니 순회투표라고 해서 투표용지를 나눠놓고 투표함을 들고 다니면서 거둬들인 곳도 다수 확인됐다. 이 또한 모두 불법”이라며 “내부적으로 수사 의뢰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행안부는 이르면 내일(6일)까지 징계를 어떻게 내릴지에 대해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행안부 공무원단체과 관계자는 “오늘내일 중으로 수사 의뢰를 할지, 징계 요구부터 하고 수사 의뢰할지, 수사 의뢰를 한 뒤 일괄 징계토록 할지 등 방향이 정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무원 양대 노조 중 하나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조합원 대상 정부 정책 찬반투표를 진행한 바 있다.

투표결과 3만 80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최소 83%에서 최대 90%대까지 대다수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대상 항목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안건이 ‘이태원 참사 책임자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처벌(하위직 책임전가 중단)’이다.

image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회원들이 2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공무원노조 윤석열 정부 정책 평가 투표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를 포함해 투표안건은 ▲2023년 공무원 보수인상률 1.7% ▲ 공무원 인력 5% 감축 5년 계획 ▲65세 공무원연금 지금(연금소득 공백) 정책 유지 ▲노동시간 확대·최저임금 차등 정책 ▲돌봄·요양·의료·교육 등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 정책 ▲법인세 인하 등 부자 감세 복지예산 축소 정책 등 총 7가지로 확인됐다.

그동안 정부는 해당 투표를 위법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참가한 사람들과 주최한 사람들 모두 징계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수만명에 이르는 전공노 측은 징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대치가 예측할 수 없는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먼저 정부는 ‘총투표의 실질 내용이 근무조건과 관련이 없거나 정치 활동이 주된 목적이라면 정당한 노조 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규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행안부는 지자체에 공문을 내려 정책 찬반투표가 공무원노조법상 정당한 노조 활동이 아니며, 지방공무원법 등 관련 법령에 규정된 집단행위 금지 의무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도 이번 투표가 공무원의 근무조건 유지·개선과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과 무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어 정당한 노조 활동이 아닌 데다 국가·지방공무원법에 규정된 공무원의 의무도 위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노조는 이번 정책 총투표에 대해 조합원의 의사를 직접 묻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활동으로, 이에 대한 탄압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자 노조 탄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압박은 정치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자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전공노 측은 “정부는 행안부·노동부·인사혁신처·교육부 등 정부 기관을 총동원해 노조를 탄압했지만 3만 8000여명의 조합원은 이를 뚫고 투표에 당당히 참여했다”면서 “현장에서 정책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행안부 장관을 즉각 파면·처벌하고 정부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공무원 보수와 공무원 인력 감축, 공무원연금 지급 정책을 제외한 나머지 4가지 안건은 정치적인 주장이거나 공무원 근로조건 개선 등과 관계없는 내용이므로 정책 찬반투표가 공무원노조법에 어긋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지방·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령을 적용하면 집단행위 금지, 품위유지 등 공무원 의무에 위반된다고 본다.

이에 전공노는 투표안건 일부가 공무원 근무조건과 관계없다는 건 정부의 잘못된 해석이라고 맞선다. 

이상민 장관 파면·처벌 안건의 경우도 정부가 이태원 참사 관련 하위직 공무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해 공직사회의 사기 저하를 가져오고 있기에 공무원 근로조건과 밀접한 사항이며, 나머지 노동정책,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 복지예산 축소 정책도 근무시간 증가, 인원 감축 등 공무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5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직권남용·업무방해·직무유기·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이들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소방서장, 경찰서장, 지자체장에 대한 수사와 구속영장 청구는 진행되는데 정작 국가재난 총괄 책임자인 행안부 장관에 대한 조사는 어떠한 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재난에 대한 사전 대비와 사후처리를 방기한 이상민 장관은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상 범죄가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노총과 전공노는 공무원 양대 노조로 각각 15만명 규모다. 정부 정책에 대한 찬반투표를 벌이는 건 전공노가 지난 2018년 합법 노조가 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법외 노조였던 2008년 7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추진하려다가 무산된 적 있고,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인 바 있다.

image
[천지일보=김한솔 기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2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정책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하며 행안부 장관의 파면·처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행안부 #공무원 #노조 #찬반투표 #징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