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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원들이 3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30

‘구조조정·안전인력확충’ 쟁점

“신당역·이태원 참사 없어야”

 

파업 1·2 노조, 전체 80% 차지

첫날 출근부터 일부 운행지연

 

오세훈, ‘정치 파업’으로 규정

“서울시 직접 개입 옳지 않아”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지난 2016년 9월 이후 6년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30일 오전 11시 시청 서편에서 5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출정식을 열고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해 길거리로 나섰다”며 “서울시와 공사는 공공교통인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하도록 구조조정을 당장 철회하고 안전인원을 충원하라”고 촉구했다.

또 “올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과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비용과 효율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온 사회가 직시했다”며 “지난 강남역 PSD 사건, 구의역 김군 사고 등을 통해 ‘위험의 외주화’ ‘나 홀로 근무’를 추구해온 결과가 어땠는지를 뼈아프게 경험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겉으론 시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면서 속으론 재정난을 이유로 정원의 10%에 가까운 1539명의 노동자를 감축하고 외주화하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고집하고 있다”며 “지난해 ‘구조조정하지 않는다’라는 특별합의와 올해 노조·공사·서울시 3자가 합의한 약속조차 호떡 뒤집듯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들이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요구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에 직접 답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오세훈 시장은 “서울에는 20개가 넘는 투자출연 기관이 있는데 하나하나 시장이 직접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노조가 구조조정과 혁신안 철회를 내세우지만 그 배경은 화물연대 파업과 연결돼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하며 이번 파업을 ‘정치적 파업’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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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원들이 3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30

반면 노조는 “우리의 파업은 정치파업이 아니라 구조조정 파업”이라고 오 시장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구조조정을 투쟁으로 막아내겠다”고 맞서고 있다.

앞서 민주노총·한국노총 소속 양대노조로 이뤄진 연합교섭단은 전날 밤 10시께 사측과의 최종 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이날 6시 30분부터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 측은 그간 교섭이 파행된 이유에 대해 “회사가 안전과 관련한 인원을 확충하겠다는 합의를 파기하고 무리한 인력 감축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파업에 들어간 민노총 소속의 노조(1만 1000여명)와 한국노총 소속 노조(2000여명)는 총 1만 3000여명으로 전체 공사 직원의 약 80%를 차지한다. 교통공사는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2·3단계(신논현∼중앙보훈병원) 운영을 맡고 있다.

이번 파업의 쟁점은 사측의 구조조정 계획과 안전인력 확충이다. 지난해 공사는 2026년까지 전체 인력의 약 10%(1539명)를 감축하는 ‘경영개선안’을 내놨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연간 당기순손실금이 1조 1137억원까지 치솟았기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 제시안은 인력 감축안을 2022년만 한시로 유보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9월 재정위기를 이유로 강제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한 노사 특별합의를 퇴행시키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사측 제안을 거절했다.

또 올해 9월 ‘경영효율화’를 명목으로 재차 구조조정을 시사하는 임금교섭안을 사측이 제시하자 노조는 부족한 인력을 증원하기로 한 올해 5월 노사 합의가 반년이 채 안 돼 무효로 되고, 재정난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인력 감축안 철회와 ‘2인 1조’ 근무 규정을 지키기 위한 인력 확충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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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원들이 3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30

노조가 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시민의 발’인 지하철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이용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서울교통공사 측이 출근시간대 지하철을 정상운행한다고 밝혔지만 이날 역 곳곳에선 도착 지연현상이 발생했다.

이날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파업 첫날 출근시간대인 오전 7시 1호선은 소요산 방면(상행선)은 8분, 천안·인천 방면(하행선)은 5분가량 지연 운행됐다. 이어 비혼잡 시간대인 오전 10시 기준 열차 간격은 6∼15분으로 평소보다 1∼5분 더 길어졌다.

출근이 본격화되는 오전 8시 전 일부 역에서는 “서울교통공사 파업으로 인해 열차가 상당 시간 지연 운행하고 있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실제 열차를 기다리던 이영숙(60대, 여)씨는 “평소라면 벌써 오고도 남을 시간인데 아직도 안 왔다”며 “약속에 늦게 생겼다. 오늘 파업이 있는줄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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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지하철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30일 오전 서울역 지하철 1호선 승강장이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30

서울교통공사 측은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30일(수)부터 출근시간대(7시~9시)를 제외한 1~8호선 열차 운행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시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전했다.

교통공사 노조는 출정식 이후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불통시정 오세훈 시장 규탄’ 대형 퍼포먼스를 벌인 뒤 시청 앞에서 서울시 관계 사업장 2차 공동파업대회에 동참한다. 이어 서울 주요 90개 역사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총파업 2일차에는 오전 주요 역사에서 대시민 홍보 활동을 펼친다. 이후 시내 주요 거점 4곳(혜화역·공덕역·한강진역·동작역)에서 삼각지역으로 지하철 이동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2일차 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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