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좀비시대’ 발간
현대 자본주의 정면 비판
충남 논산서 글쓰기 전념
“세상과 단절돼 글에 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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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장편소설 ‘좀비시대’를 쓴 방서현 작가가 지난 10월 28일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방 작가는 “‘좀비시대’는 우리 시대의 인간성 상실을 뜨거운 가슴으로 노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지일보 2022.11.23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자본주의에 물들어 인간성을 잃어가는 우리 시대를 비판한 소설이 있다. 첫 장편소설 좀비시대로 본격적으로 명성을 알리기 시작한 방서현 작가는 오랜 사색과 글쓰기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판하고자 했다.

지난달 28일 본지는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방 작가를 만났다. 그는 올해 만 57세로 2022년 도서 계간 리토피아 2022 -허깨비를 통해 데뷔한 신예 작가다. 이후 5월 장편소설 좀비시대를 발간했고 올해 제2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 자본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한 좀비시대는 학습지 방문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대 젊은이인 연우와 수아는 교과서적인 지식은 많이 갖추고 있지만 현실 세계에 대한 지식은 갖추고 있지 못하다. 자본의 세계에 대한 지식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현실 세계에 대한 부푼 꿈과 환상을 품은 채 학습지 회사에 발을 내디딘다.

하지만 자본의 세계는 그들이 꿈꾼 세계와는 다르다. 자본의 세계는 디스토피아의 세계다. 현실 속 사람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선하고 바른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다. 현실 속 사람들은 인간이 아닌 어느새 좀비가 돼 있다. 좀비가 되어 자신들과 똑같은 좀비가 될 것을 요구한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자본 창출을 위해 좀비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려 한다.

작가는 학습지 방문교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물질만능주의 사상으로 사람들에게 더는 순수성을 찾아볼 수 없고 양심 또한 사라지고 없다. 사람들은 모두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묘하게 자신을 감추거나 혹은 처음과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 어느 조직, 어느 집단이나 마지막에 드러나는 것은 결국 돈과 권력인 것이다. 작가는 우리 시대가 인간성을 상실한 좀비시대임을 선언한다.

방 작가에게 글쓰기란 어린 시절 본 무지개와 같은 존재였다. 그는 독서 경험이 부족했지만 학창 시절 우연히 쓰게 된 글로 선생님의 칭찬을 받으면서 관심을 두게 됐다. 대학생일 때에는 문학동아리에 들면서 소설 쓰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쓰기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울에서 학원 강사로 일하며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와의 헤어짐을 계기로 30대 후반 충청남도 논산으로 떠나 글쓰기에 전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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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서현 작가. (제공: 방서현 작가)

-‘좀비시대를 쓰게 된 계기는.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옛말이 있다. 노동 현장과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해 본 결과 사람들에게 이 옛말과 같은 경우가 참으로 많은 것을 알게 됐고 깊이 느끼기도 했다. 당혹스럽고 의아했고 어리둥절했다.

그동안 세상을 살아오면서 느낀 건 사람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라는 것이었다. 이해관계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 모이고 사귀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걸 봐 왔다. 아무리 형식을 잘 갖추고 훌륭하고 좋아도 이해관계가 큰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며 또 그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대우와 평가 같은 게 달라졌다. 자기와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사람은 가까이하지 않고 무슨 일이 생겨도 도움을 주려 하지 않는다.

또 사람들의 관계가 점점 물질적인 관계로 이뤄져 가고 있음을 보게 됐다그것은 자본주의하에서, 이 사회의 구조 면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관계이다 보니 세상이 아주 삭막해져 버렸다. 사람들에게 있어 순수라든지, 믿음이라든지, 정 같은 건 이제 특별하고 귀한 것이 됐다부모 형제와 자녀들조차도 물질적인 관계로 치달아, 정말로 비참한 세상에 살고 있음을 느끼게 됐다.

-‘좀비시대에서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좀비시대는 우리 시대의 인간성 상실을 뜨거운 가슴으로 노래한 것이다. 학습지 회사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한 소설인데 사람들이 인간화되지 않고 좀비화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고 사람들이 인류애와 공동의 선 대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에 함몰된 것에 대해 심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글쓰기에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는지.

어렸을 때 불우했기 때문에 집에 읽을만한 책이 없었다. 초등학교에 진학했을 때도 책과의 접점은 없었다. 당시 많은 글쓰기 대회가 있었는데 그런 데서 상 한 번 받아본 일이 없다. 누구에게 글을 잘 쓴다고 칭찬을 받아본 적도 없다.

다만 고등학교 때 딱 한 번 칭찬을 받게 됐다. 고등학교 2학년 땐가 갓 부임해온 국어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선생님께서 어느 날 국어 시간에 반 아이들 모두에게 수필을 한 편 써오라고 하셨다. 나는 오월 하늘이란 수필을 써서 냈는데 다음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두 사람의 글을 뽑아 발표했다. 내가 쓴 글도 거기에 끼어 있었다.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내가 쓴 수필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글이 너무나 싱싱하다’ ‘글 속에 푸르름이 가득하다라고. 대학교 때 시인이신 교수님도 그때 과제로 독후감 같은 걸 낸 적이 있는데 제가 쓴 글에 대해 매우 좋게 보셨다. 그래서 학우들 앞에서 소리 내 그 글을 읽게 하셨다.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한 시기는.

대학교에 입학해 문학동아리에 가입했는데 그때부터 책을 읽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설 쓰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글쓰기에 매우 중요한 독서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글쓰기가 좋았나.

국어를 좋아했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교사가 될 마음은 없었지만 국어가 좋아서 국어교육과로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학습지 회사에서도 일을 좀 했었고 학원에서는 국어 강사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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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서현 작가. (제공: 방서현 작가)

-오랜 기간 사색한 이유는.

여러 일이 겹쳐 글쓰기에 집중하기로 하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서울에서 학원 강사로 활동하며 지냈었는데 그해 결혼하기로 했던 한 여자와 헤어진 다음이었다. 그 후 모든 게 싫어지면서 다 정리하고 시골로 가서 글을 한 번 써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글 쓰는 데 시간을 빼앗겨 고향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그로 인해 많은 비난을 받게 되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끊어졌다. 글쓰기의 비법을 얻기 위해 한때는 계룡산 밑에서 숙식하면서 글을 쓴 일도 있었다.

-힘들진 않았는지.

그때 세상 끝으로 떠밀려 왔다는 그런 비애의 감정을 많이 느꼈다. 고향에 내려오고부터는 일부러 여자를 멀리했고, 문학으로 인해, 남들과 같은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했고, 집안 대소사에도 참여하지 않아 그동안 패배자의 삶을 살아왔다. 세상과 단절하며 오직 문학과 소설과 글만을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온 생이었다.

-충남 논산에서 몸부림친 이야기를 더 하자면.

늦게라도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더 했다. 글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이론 공부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 논문을 많이 봤고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다. 졸업 후에는 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았는데 원래는 논문까지 쓰려고 했었다. 쓰려면 1~2년은 걸리는데 나이가 너무 많아서 차라리 소설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집중력이 떨어질 때마다 글을 쓰는 장소도 바꿨다. 시골에서 서울로도 가보고, 고시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포기하고 싶진 않았나.

포기할 마음은 없었다. 단지 결과가 안 나오니까 슬픔을 느끼고 즐거움이 없었을 뿐이었다. ‘좀비시대가 잘 될 것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책을 주는 것도 그냥 몇 사람만 주고 넘어가려고 했었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었다. 글쓰기에만 전념하고 싶었지만 생활은 점점 열악해졌다. 논산 상업 단지를 중심으로 20여가지의 아르바이트를 했다. 펜대만 잡았던 사람이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 경험 또한 글쓰기의 재료로 쓸 수 있었다.

-가장 쓰고 싶었던 글은 무엇이었나.

토속적인 걸 쓰고 싶었다. 내용보다도 언어적인 면에서 토속적인 걸 좋아했다. 문체에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10년이 넘어도 잘 안되니까 이러다 나이도 있고 폐인이 되겠구나 싶어서 새로운 작품을 썼고 그게 좀비시대였다.

-현재 글쓰기는 어떻게 하고 있고 준비 중인 작품은 무엇인가.

현재 단편소설을 쓰고 또 쓴 작품을 문학지에 발표하고 있다. 우선 어릴 때 보았던 무지개와 같은, 그런 빛나는 글을 써 보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 그동안 노동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것들을 아름답게 소설화시켜서 한 권의 작품집을 만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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