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균 가계 소득 486.9만원
명목소득 전년보다 3% 늘어
물가 반영 시 마이너스 전환
업황 개선에 근로·사업소득↑
거리두기 해제에 소비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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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물가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과 외식 물가는 여전히 높은 추세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상승했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9%로 30년만에 가장 높았고, 농산물 가운데 배추와 무는 1년 전과 비교해 9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점심시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가격표 모습. ⓒ천지일보 2022.10.05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올해 3분기 가계 실질 소득이 고물가 영향으로 5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실질 소득 감소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컸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지출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지만 높아진 대출 금리와 물가로 인해 소비지출 흑자액이 감소하는 등 가계부담이 가중되는 모습도 드러났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 평균 소득은 486만 9천원으로 1년 전보다 3.0% 늘었다.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최근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갈아치웠던 지난 1분기(10.1%)와 2분기(12.7%)에 비하면 증가율은 낮은 수준에 그쳤다.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실질 소득은 2.8% 줄어 지난해 2분기(-3.1%) 이후 5개 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물가 상승분에 비해 가계가 벌어들인 돈이 적었다는 의미다. 같은 분기 기준으로 실질 소득 감소 폭은 2009년(-3.2%) 이후 가장 컸다. 

지난해 3분기(1~9월)에서 올해 3분기(1~9월)까지 1년간 물가 상승률 흐름을 살펴보면,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분기 2.5%에서 올해 3분기 5.6%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세부적으로 전체 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64.0%)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명목 기준 311만 4천원으로 5.4% 늘었다. 양호한 고용시장 등의 영향으로 3분기 기준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전체로 봐도 지난 1분기(306만 2천원) 이후 최고치다. 다만 실질 기준으로 보면 근로소득은 0.4% 줄어 두 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3분기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서비스 업황이 개선되고 자영업자가 늘어나면서 사업소득(99만 1천원)은 12.0% 증가해 3분기 연속 10%대 상승세를 기록했다. 

반면 이전소득은 65만 2천원으로 18.8% 줄었다. 지난해 지급됐던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등의 정책효과가 소멸하면서 공적 이전소득이 43만 1천원으로 26.1% 대폭 감소한 데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9월 정부는 고소득층을 제외한 국민 88%에게 1인당 25만원씩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다. 반대로 소상공인 손실보전금이 지급된 지난 2분기에는 이전소득 증가 폭이 44.9%에 달하기도 했다.

친·인척 간 용돈 등 사적 이전소득은 22만 1천원으로 0.2% 증가했고 이자·배당과 관련된 재산소득은 3만원으로 28.7% 증가했다.

근로·사업·이전·재산소득을 모두 아우르는 경상소득은 478만 8천원으로 2.6% 늘어난 반면, 경조소득·퇴직수당 등 일시적인 수입을 의미하는 비경상소득(8만 1천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장례식 등의 경조사 참여가 늘면서 28.4%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외부활동이 증가하면서 소비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3분기 가계 지출은 372만 1천원으로 1년 전보다 6.3% 늘었다.

이 중 소비지출은 270만 2천원으로 1년 전보다 6.2% 늘어 가계동향조사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06년 이래 3분기 기준 역대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12대 지출 구성 가운데 음식·숙박(22.9%), 오락·문화(27.9%), 의류·신발(15.3%) 등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외에 교통(8.6%), 교육(8.2%), 기타상품·서비스(4.2%), 통신(2.8%), 보건(1.9%) 등에서도 지출이 늘었다.

반대로 가정용품·가사서비스(-9.1%), 식료품·비주류음료(-5.4%), 주류·담배(-0.8%), 주거·수도·광열(-0.3%) 등과 관련된 지출은 감소했다. 특히 가정용품·가사서비스과 식료품·비주류음료의 경우 같은 분기 기준으로 역대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명목상 지출 증가 폭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은 0.3% 증가에 그쳐 3개 분기 연속 0%대 증가율에 머물렀다. 소비지출 대부분이 물가상승 영향으로 늘어났을 뿐 실질적인 씀씀이는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이다.

세금, 사회보험료, 경조사비, 헌금 등을 포함하는 비소비지출은 101만 8천원으로 1년 전보다 6.6%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금리 상승기로 이자 비용이 19.9% 늘었다. 이는 같은 분기 기준으로 2018년 3분기(28.7%) 이후 가장 높다.

이외에 소득세·재산세 등 정기적으로 내는 세금인 경상조세는 1.5% 늘었다. 아울러 비영리단체로 이전 지출(12.0%), 가구 간 이전지출(10.6%), 사회보험료(6.5%), 연금기여금(2.7%) 등도 증가했다. 상속·증여세와 양도소득세 등 비경상 조세(-15.6%)는 줄었다.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소비 지출이 늘면서 평균 소비 성향은 플러스 전환했다. 3분기 전체 소득에서 세금이나 이자 지출을 뺀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85만원으로 1년 전보다 2.0%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구의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금액으로 소비지출과 저축 등으로 처분할 수 있는 소득을 뜻한다.

처분가능소득에서 각종 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가계 흑자액은 114만 8천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가계 흑자액이 감소한 것은 2021년 2분기(-13.7%) 이후 5개 분기 만에 처음이다. 처분가능소득이 늘어도 소비지출이 그보다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진 것이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제외한 가계 흑자액은 114만 8천원으로 전년 대비 6.6% 감소했고, 흑자율도 2.8%p 내린 29.8%로 집계돼 2021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30%를 밑돌았다. 반면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지출에 쓴 돈의 비중(평균소비성향)은 70.2%로 2.8%p 올랐다.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더 많은 적자 가구도 전년 동기 대비 3.7%p 증가해 전체 가구의 25.3%에 달했다. 4가구 중 1가구는 소득에서 세금과 공과금, 생활비 지출을 빼면 가계부가 ‘마이너스’였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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