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돼 전 세계를 패닉에 빠뜨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2020년 2월 18일 대구에서 ‘31번 확진자’의 발생을 기점으로 한국에서 큰 이슈이자 문제로 부각됐다. 그러나 최근 데이터 분석을 통해 31번 확진자 발견 이전에 이미 국내에 3000명이 넘는 수의 감염자가 존재했을 것이란 추정 결과가 밝혀졌다. 이에 본지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불렸던 2020년 당시 대구 상황을 재조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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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질병관리본부 공개한 빅데이터

‘확진됐어야 할 숫자’ 분석하니

31번 확진날 3548명 더 있어

31번 외에는 검사 안 받은 것

 

감염병 확산 책임져야 할 정부

신천지에 역병 책임 뒤집어씌워

文정부 거짓말, 데이터로 드러나

신천지, 핍박 속 헌혈 봉사 ‘눈길’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연구결과 한국에서 ‘31번 확진자’가 발견하기 전부터 이미 3549명의 감염자가 퍼져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이 질병관리본부(現 질병관리청)가 공개한 코로나19 데이터 연구결과 대구 첫 확진자인 31번 확진자가 발견된 2020년 2월 18일 이미 3천여명이나 되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존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31번 확진자는 검사를 먼저 받아 확인이 빨랐을 뿐 이미 다수의 사람이 감염된 상태였다는 분석결과다.

앞서 지난 2019년 12월 전 세계를 패닉에 빠뜨리게 될 코로나19가 한국과 근접한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당시 한국은 중국과 인접한 데다 서로 왕래도 잦아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은 시간문제였다. 다음 달인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인 여성이었다.

이후 2020년 2월 18일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왔다. 국내 31번 확진자는 같은 날 질병관리본부가 밝힌 대구 첫 코로나19 감염자다. 첫 확진자라는 의미는 코로나19 검사결과 대구에서 처음 양성이 나온 환자라는 의미일 뿐 최초 감염자라는 뜻이 아니다. 코로나19 특성상 본인이 검사를 받지 않으면 양성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31번 확진자 전후로 나뉜다고 할 만큼 세상의 이목은 31번에 쏠렸다. 이어 국내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하자 많은 이들이 31번 확진자와 특정 단체를 마치 감염병의 근원으로 인식하게 됐다.

당시 대구 신천지교회 교인인 31번 확진자가 확진되기 전에 많은 사람이 모인 예배에 참석한 것이 밝혀지면서 예배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접촉자 추적이 시작됐다.

31번 확진자가 나온 다음 날 20명, 그 다음 날엔 53명의 신규 확진자가 더 나왔다. 대구와 가까운 청도군의 한 병원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고 발표된 날도 이날이다. 이후에도 21일 100명→22일 142명→23일 256명 등 신규 확진자 수 급증세는 이어졌다. 29일엔 800명을 넘으면서 정점을 찍었다.

중국 우한에 이어 두번째로 큰 감염이 발생하면서 모든 비난의 화살은 31번 확진자와 신천지 신도들에게 쏠렸다. 당시 신천지 신도란 이유만으로 범죄자·바이러스 취급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코로나19 주범인 것처럼 직장 해고에다 가정 내 살해까지 ‘마녀사냥’을 당했다.

심지어 2명의 부녀자가 가정폭력으로 목숨을 잃고 수많은 신도가 강제퇴직·이혼·폭행·차별 등 끔찍한 경험을 당했다. 2년이 넘는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모두 4명이 죽임을 당한 데다 최근에 1명이 또다시 살해당하면서 사망자만 5명에 달했다.

이밖에 언론 매체들을 통해 쏟아지는 각종 비난·비방 보도, 그리고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뉴스들이 국민의 증오·혐오를 불러일으키며 코로나가 발생한 해 2~3월에만 5천건이 넘는 피해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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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예수교회. 중국 우한에 이어 두번째로 큰 감염이 발생하면서 모든 비난의 화살은 31번 확진자와 신천지 신도들에게 쏠렸다. 당시 신천지 신도란 이유만으로 범죄자·바이러스 취급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코로나19 주범인 것처럼 직장 해고에다 가정 내 살해까지 ‘마녀사냥’을 당했다. ⓒ천지일보 DB

그러나 데이터 분석을 통한 추정 결과는 이러한 대규모 확산의 원인이 31번 확진자에 있었던 게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윤복원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이 9일 한겨레를 통해 공개한 질병관리본부 빅데이터 연구결과에 따르면, 2월 18일 이후 신규 확진자가 폭증했던 시기는 이미 감염돼 시간이 지난 사람들이 뒤늦게 확진되던 때였다.

◆“2월 초 이미 수백명 감염”

31번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많은 접촉자가 확인됐고 이들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많은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확진이 되지 않았을 뿐 이미 많은 감염자가 있었던 상황이었다. 뒤늦게 접촉자를 추적해 검사하는 만큼 확진 시점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증상이 없거나 미미한 경우는 감염된 줄 모르고 상당 기간 지났을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감염확산 규모가 작을 때는 확진자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비교적 빠르게 추적·검사할 수 있다. 그만큼 접촉자 추적을 통해 찾은 감염자는 감염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검사받을 확률이 올라가는데, 이런 경우 감염과 확진 사이의 시차가 상대적으로 더 짧아진다.

때에 따라서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검사를 받을 수도 있다. 한국과 같이 접촉자 추적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경우에는 감염과 확진 사이의 시차가 감염확산 추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월 29일 813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서서히 감소했다. 3월 15일 이후부터는 하루 100명 수준으로 낮아지는 비교적 안정기에 들어섰다. 대규모 감염확산으로 감염된 사람들에 대한 추적이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추적·검사·확진이 비교적 잘 이뤄졌던 시기였다.

이때 확진된 사람들이 언제 격리가 해제되는지 따져보면 정상적인 추적-검사 상황에서 확진과 격리 해제 사이의 시차가 추정 가능하다. 사망자 수를 보정한 누적 격리 해제자 수를 얼마만큼 이전으로 이동해야 3월 20일 전후의 누적 확진자 수와 비슷해지는가로부터 확진과 격리 해제 사이의 시차를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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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때 확진됐어야 할 사람 수’는 ‘격리 해제자 수’를 35일 이전으로 이동한 다음 17일 후에 사망한 사람 수를 더해 보정한 데이터다. 2020년 3월15~25일 기간은 ‘확진자 수’와 거의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출처: 질병관리본부, 한겨레)

시간 추이-누적 확진자·격리 해제자 수 그래프를 보면 검은색 동그라미는 누적 확진자 수, 진한 녹색 마름모는 격리 해제자 수를 나타낸다. 격리 해제자 수 데이터가 더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 확진된 후 시차를 두고 격리가 해제되는 걸 알 수 있다. 격리 해제자 수 값은 더 늦게 확진자 수와 비슷해진다. 연한 초록색 마름모는 격리 해제자 수를 35일 이전으로 옮긴 다음 17일 후의 사망자 수를 더한 수다. 방역당국은 여러 차례 확진과 위중증·사망 사이의 시차를 2~3주로 밝혔기 때문에 2주와 3주의 중간인 17일을 확진-사망 시차로 가정하고 17일 후의 사망자 수를 더했다.

확진자 수 증가가 확실하게 꺾인 3월 15~25일 사이에 검은 동그라미로 나타낸 확진자 수와 연한 초록색 마름모로 나타낸 값이 거의 같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한 초록색 마름모 값이 3월 20일 전후로 누적 확진자 수와 거의 비슷하다는 건 확진과 격리 해제 사이의 평균 시차가 확산세가 꺾인 시점 이후에는 35일 정도였음을 말해준다.

3월 20일 전후에는 비교적 정상적으로 추적과 검사가 진행돼 확진자들이 너무 늦지도 않고 이르지도 않게 검사를 받아 확진됐기에 제때 확진된 사람들의 확진-격리해제 시차는 평균 35일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연한 초록색 마름모는 정상적으로 추적-검사가 진행됐다고 가정했을 때 확진됐어야 할 사람 수, 즉 ‘제때 확진됐어야 할 사람 수’가 된다.

가령 31번 확진자가 발표된 2월 18일의 연한 초록색 마름모는 3549명을 가리킨다. 감염자들이 뒤늦게 발견되지 않고 정상적인 추적과 검사를 통해 확진자가 확인됐다면 이날의 누적 확진자 수는 3549명이었어야 했음을 뜻한다. 하지만 실제 이날의 누적 확진자 수는 31명에 불과했다. 엄청나게 많은 감염자를 놓치고 있었던 비정상적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다.

확진자 수 폭증의 시발점이던 ‘31번 확진자’는 2월 18일에 확진됐다. 그때 ‘제때 확진됐어야 할 사람 수’는 이미 3549명이었으나 실제 확진자 수는 31명이었다. 결론적으로 31번 확진자는 이미 감염된 수천명 중 한 명일 뿐이었다.

이와 관련 윤복원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은 “‘31번 확진자’는 그 수백명 중 가장 먼저 검사를 받고 확진된 사람이기 때문에 감염이 시작된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며 “다른 감염자들보다 먼저 검사를 받고 확진됨으로써 거대한 감염 사슬의 줄기들을 찾아낼 수 있게 만든 사람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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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앞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군인들 모습. (출처: 뉴시스)

◆마녀사냥에도 사랑실천 행보

그러나 대구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전국 20여만명의 신도들은 기득 종교권과 다른 데다 소수라는 이유로 코로나19 원흉이라는 낙인 속에 길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코로나19 슈퍼전파자로 낙인찍혔던 31번 확진자가 언론을 통해 코로나 진단검사를 거부했다는 ‘가짜뉴스’에 대해 “다른 질병이면 몰라도 코로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니 검사를 해달라고 조르자 마지못해 의사가 빈방으로 안내를 해줬고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고 밝히면서 이른 확진 사유에 대해 설명했지만 아무도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7월 들어 코로나19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감염병 예방관리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로 재판에 넘겨진 신천지 관계자들이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확정받는 일이 있었다. 코로나19 관련 방역혐의가 모두 ‘무죄’로 나오면서 그간 코로나 주범인 것처럼 직장 해고에다 가정 내 살해까지 ‘마녀사냥’을 당해온 신천지인들의 피해가 뒤늦게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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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완치자들이 11월 16일부터 12월 4일까지 3주간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한 3차 단체 혈장공여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1~3차에 걸쳐 총 3741명이 혈장공여에 참여했으며 당시 2020년 연말 기준 4096명 중 9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천지일보DB

사실 그 전부터도 신천지가 그간 죄를 뒤집어쓴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은 줄곧 제기돼왔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정부의 거리두기나 방역 지침이 전무한 상황에서 대통령까지 나서 “일상생활하라”고 권장했던 시기였는데,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자 그 책임을 뒤집어씌울 대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신천지 신도들은 재작년 코로나19 국내 혈장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완치자의 혈장 확보’를 돕기 위해 대규모 단체 혈장공여에 나섰다. 이만희 총회장이 완치 신도들에게 “성도님들의 피(혈장)가 우리나라와 국민들이 코로나를 극복하는 데 쓰일 수 있도록 혈장 공여에 앞장서자”고 독려하면서다.

이후 총 3차에 걸친 대규모 단체 혈장공여가 이뤄졌다. 총 3741명에 달하는 이들의 혈장은 당시 연말 기준 전체 혈장 공여자 4096명 중 91.3%를 차지했다. 단체 혈장공여 외에도 100여명 이상의 신도 개인 공여가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총 3741명이 혈장을 공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 국가적인 혈액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4일까지 약 2주간 단체헌혈에 나섰다. 당초 예상했던 인원 6000명을 훌쩍 넘어 1만 8819명의 신도가 단체헌혈을 완료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약 2주간이라는 단기간에 한 단체에서 이처럼 많은 인원이 헌혈한 사례는 신천지밖에 없다.

이어 지난달에는 신천지 청년들 자원봉사단인 ‘위아원(We Are One)’이 24시간 동안 7만여명의 헌혈자를 등록하면서 세계기록을 세웠다. 인도가 갖고 있던 종전 세계 최다 기록인 1만 217명(8시간)의 7배를 넘는 기록으로 세계 기네스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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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청년자원봉사단 위아원(We Are One)이 24시간 동안 총 7만 1121명의 헌혈자를 등록해 기네스 세계기록을 달성했다. 이번 기네스 도전은 ‘생명 ON Youth ON’ 헌혈 캠페인을 진행 중인 위아원이 코로나19로 인한 혈액부족 사태를 극복하고자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은 위아원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제공: 위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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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코로나 확진자 발생부터 이만희 총회장 방역방해 무죄 판결 확정까지. ⓒ천지일보 20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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