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일각 저주론 또 고개… 귀신 분장 등에 “반성경적”
“교회 열심히 다니는 청년들이라면 이태원을 갔겠나” 망언도
교계 “ 정죄하거나 판단할 수 없어⋯ 애도위로 집중할 때” 당부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세계적으로 재난이나 재해, 질병 등이 발생하면 목사나 신도들의 입에 어김없이 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하나님의 심판’ ‘하나님의 저주등이다. 하나님을 믿지 않고 이방신을 섬기고 교회를 다니지 않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진노 혹은 경고로 해석하며 당장 회개해야 한다는 논리다.

최근 156명이 사망하고 300여명의 사상자가 나온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비슷한 주장은 또다시 일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한국교회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서양 귀신을 섬기는 핼러윈 축제가 화를 불러 수많은 인명피해가 났다는 주장이 기정사실처럼 퍼지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대다수 교계 목사들 사이에선 이번 이태원 참사를 두고 종교적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는 입장과 함께 심판론 등과 연관 짓는 것에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  “청년회 예배 참석하는 애들은 이태원 안 갔을 것”

주일성수(주일예배)하고 교회 열심히 다니고 토요 청년회 예배 참석하는 애들은 거기 갔을까. 안 갔을까. 갈 시간이 없지. 사람이 어떤 문화를 마시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가슴 아픈 게 뭐냐면 (희생자들이) 예수 믿을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교계에서는 단골 망언러로 명성이 자자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하루 뒤인 지난 30일 주일 예배 설교에서 교회를 다니는 청년들은 그날 이태원을 안 갔을 것이라고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우리 대한민국은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문화 안에, 복음의 문화 안에서 살아야 한다켈트족이 만든 이방의 우상을 숭배하는 절기가 핼러윈데이인데 이게 미국에 와서 성탄절보다 더 화려한 행사가 되면서 미국 복음의 적이 돼 버렸다고 종교적인 측면에서 주장했다.

또한 전 목사는 어제 희생된 애들에 대해 너무 가슴 아픈 게 뭐냐면 예수 믿을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것이라며 대형교회 목사들이 핼러윈 데인지 뭔지 비판 안 한다. 목사들 그러면 안 된다. 나처럼 욕을 먹든 말든 진리는 진리대로 선포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개신교인들이 세상의 명절이나 축제에 대해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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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전 대표회장이자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지난 30일 주일 예배에서 핼로윈 데이를 앞두고 벌어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너알아TV 캡처)

개신교 문화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맥락이라지만 희생자들이 잘못된 문화를 향유 했기 때문이라는 목회자의 주장은 국가적 애도 분위기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블로그, 카페, 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도 비기독교적인 문화인 핼로윈 파티에 참여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 ‘예수 안 믿고 방탕한 삶에 대해 하나님께서 징계하신 것이라는 등 맹목적인 개신교 신앙에 기반한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 네이버 블로그 작성자는 핼러윈 이태원 압사사고에 대한 기독교적 답변이라는 글을 통해 이번 사건은 귀신과 시체 분장을 하며, , 마약, 음란, 방탕함 등을 즐기는 핼러윈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의 청소년 청년들이 10만명이나 그런 반성경적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모였다는 사실이 안타깝다하나님의 말씀을 아는 참된 그리스도인들은 핼러윈을 즐기지 않는다면서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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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한 블로그에 올라온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개신교 관련 문구. 글에서는 이태원 참사가 “교훈적인 일이라며 우리 청년 청소년 세대의 믿음에 관해 울리는 시대의 외침”이라고 주장했다. (출처:네이버 블로그 캡처)

또 다른 개신교 블로거는 이태원 핼러윈데이 사태에 대해라는 제목으로 핼러윈은 사탄(사단 마귀)을 축하하는 날이라며 집단적 일탈하다 터진 사건에 대해 무슨 국가 애도냐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 “핼러윈과 이번 사고 연결 말아야”

교계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당시에도 여러 대형교회 목사 등이 코로나19에 대한 설교를 하며 하나님의 중국 심판론등 음모론을 퍼뜨리거나 정치적 신앙에 기반한 편향적 주장을 일삼아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적이 있는 만큼 이런 발언이 희생자에 대한 2차 가해며 사태를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다수 목회자들은 이러한 주장을 자제해달라는 뜻의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김동호 목사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아침에 나갔던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하루 아침에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과 아픔은 감히 위로할 수 없는 아픔이요 슬픔이라며 핼러윈에 종교적 신앙적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단지 있어서 안 되는 사고였을 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아이들의 죽음을 폄훼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모들의 마음에 두 번 못을 박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희석 총신대학교 교수도 “핼러윈 파티와 이번 사고를 연결 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하나님께서는 하나의 행동에 대한 심판은 종말에 물으시지 인생 한 복판에서 이렇게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한번에 물으시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회가 할 일은 피해자 및 유가족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는 것이라며 교회가 세상에 대해 정죄하고 판단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사랑과 위로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핼러윈 데이의 유래는 그리스도교 만성절 전날 미국 전역에서 다양한 의상을 입고 열리는 축제로 기원전 약 500년 전 아일랜드, 영국, 프랑스 등에 살고 있던 켈트족의 삼하인 축제에서 시작됐다. 삼하인은 죽음의 신이다.

켈트족에게는 새해 첫날이 111일이었는데 이들은 사람이 죽더라도 영혼이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몸 속에 머물다 떠난다고 믿었다.

그래서 한 해 마지막 날인 1031일에는 태양의 기운이 다해 이승과 저승을 구분하는 장막이 얇아지기 때문에 죽은 사람들이 앞으로 1년 동안 기거할 사람을 택하러 온다고 믿었다. 이에 사자의 영혼이 자기에게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귀신 복장을 하고 집안을 차갑게 하는 풍습이 유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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