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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주민들이 집 주변에서 땔감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주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처: 뉴시스, AP)

 

-우크라 전쟁발 에너지난

미뤄온 에너지 다양화 교훈

유럽서민, 허리띠 더 졸라야

편집자 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에너지 수급이 비상상황에 직면하면서 유럽인들은 올겨울 난방을 걱정하고 있다. 유럽으로 수입되는 천연가스의 40%가량이 러시아산이었고, 현재 러시아의 가스는 유럽에 불안정하게 공급되고 있다. -우크라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유럽서양은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각종 금융 제재를 가했고, 이에 러시아는 유럽에 미국달러 대신 루블화로 가스 대금을 지불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루블화 지급을 거부한 나라로 향하는 가스관 밸브는 잠갔다. 결국 가스공급 부족에 따른 에너지난의 피해는 고스란히 유럽 서민들이 받게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간 에너지 수입원을 다양화하지 못한 데서 오는 충격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와 관련 스페인에서 사업을 하는 벨기에 국적 위르겐 게르마이스(Jurgen Germeys)가 기고글을 보내와 본지는 이를 번역해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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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게르마이스

인플레이션은 극심하고 에너지 가격은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유럽이 러시아산 값싼 가스에 중독된 결과 그 폐해로 일반 서민들의 삶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는 오늘날 서민이 처한 상황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유럽은 어떻게 이렇게 연료 의존의 위험성 평가에 실패하게 됐을까. 또 최소한의 조치조차 취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필자는 이 상황을 완화할 수 있는 무수한 전략을 검토할 의욕도 잃었다. 단지 걱정하는 것은 유럽 서민들이 다가오는 겨울을 어떻게 해야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유럽은 어딜 가나 한겨울이면 모두 영하의 추위에 시달린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취약계층은 대체로 단열이 잘 안 되는 집에 사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값싼 에너지 때문에 사람들은 단열재에 대한 투자를 연기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베짱이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북유럽 사람들이 투자와 생산성에 대한 원동력으로 삼았던 것 중 하나가 항상 추운 겨울 날씨였다. 무릇 사람은 위험을 인지하게 되면 위험이 초래할 결과에 대비, 회피하려는 강박이 작용한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사용 가능한 값싼 에너지로 이러한 준비는 자주 무시됐다.

추운 겨울은 유럽 경제 전체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 막대한 연료 수입 비용 외에도 에너지 비용을 아끼는 대가로 건강을 해치기 일쑤다. 이는 건강 관리 그 자체는 물론 일터에 결근하는 문제로 이어지고 필연적으로 생산성을 낮춘다. 또 다른 방식으로 비즈니스 비용을 증가시키는 셈이다.

우리는 1970년대 에너지 위기를 겪는 동안 에너지 가격 문제, 곧 급증한 연료비가 제품 및 서비스 비용의 연속적이고 누적되는 증가를 초래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인플레이션은 에너지 가격에 의해 촉진된다. 빵 한 조각을 상상해보자. 밀을 재배하고, 가공하고, 운반하는 데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 이 밀을 밀가루로 가공해, 빵으로 만들려면 마찬가지로 에너지가 필요하다. 빵을 운반하고 판매하려면 역시 에너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모든 단계에서 비용이 1센트(USD) 증가하더라도 빵에 대한 전체 추가비용은 빵을 만드는 데 6센트 증가 비용으로 누적된다. 또 각 프로세스에는 비즈니스적으로 필수적인 추가 가격 마크업(markup)이 수반된다. 에너지 가격은 단순하게 계산하더라도 생활비 급등에 크게 영향을 미치므로, 에너지는 모든 국가에서 국민의 안전과 건강한 삶에 대한 전략적 위험 평가의 일부로 간주돼야 하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서민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예산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 서민에게 거둬들이는 세금을 사용해 다시 서민의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는 구조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바로 정부에 대한 감정과 신뢰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능력이 의심을 받게 되면, 해당 정부들은 실존적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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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쿠릴리우카의 한 가정집에 땔감으로 쓸 목재가 쌓여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주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처: 뉴시스, AP)

정부는 이로써 근본적 처방을 마련할 때까지 임시방편(stopgap solution)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더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원을 다양화하라는 경고를 무시하는 각종 임시방편들은 결국 유럽은 물론 세계에 궁극적으로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모두가 온화한 겨울 날씨를 기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예측은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라니냐(La Liña) 현상이 예측됐으며, 이는 평균보다 약 3~5도 더 추운 춥고 습한 겨울을 의미한다. 서민들은 가정의 전기 난방 장치를 대체하기 위해, 즉 벽난로가 있는 경우 이제 땔감을 찾고 있다.

그동안 전기가 보장해줬던 난방에 대한 모든 약속이 지금부터는 더이상 지켜질 수 없게 됐다. 이 상황은 의심할 여지 없이 에너지 공급을 다양화할 필요성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전기에 대한 의존성 자체는 물론 오늘날 전기가 사람들에게 공급되고 있는 방식에 대한 의존도 근본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유럽 서민들은 허리띠에 고정 홈(notch)’을 하나 더 만들고 종전보다 더 허리띠를 조여야 할 때다.

#위르겐 게르마이스 #유럽 에너지난 #유럽 난방 #올겨울 유럽 #우크라이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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