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광장 분향소 방문
단체 헌화한 뒤 30초 묵념
“오직 고인의 명복 빌 때
아픔 나눌 공동체의식 절실”
[천지일보=임혜지, 김민희 기자] “희생자분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합니다.” “슬퍼하는 자들과 함께 울겠습니다.”
이태원 참사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을 위한 종교계의 애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종교계는 희생자 추모와 남은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데 ‘마음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전날에 이어 개신교, 불교 등 국내 7대 종단 종교지도자들은 1일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 7대 종단 지도자, 합동분향소 참배
한국종교인평화회의(대표회장 손진우, KCRP) 대표회장인 성균관 손진우 관장을 비롯해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대주교,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천도교 박상종 교령, 한국민족종교협의회 김령하 회장은 왼쪽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고 이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다. 어두운 표정으로 분향소 앞에 나란히 선 종교지도자들은 헌화를 한 뒤 약 30초간 묵념을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조문록에 ‘두번 다시 참사가 없어야 하며 희생자 분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합니다.’라고 적었다. 한국민족종교협의회 김령하 회장은 ‘이태원 참사에 비통함과 원통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KCRP 대표회장인 손진우 성균관장은 조문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 전체가 슬픔에 빠졌다”며 “책임자가 누군지 따지기 전에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은 유족들의 아픔과 고통을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는 공동체의식을 가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도 “젊은이들의 생각지 못한 사고에 가슴이 아프다”며 “고인과 유족에 대한 한 마디 한 마디가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오로지 희생자들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명복을 빌자”고 당부했다.
진우스님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종교계는 물론 모든 국가 역량이 결집해 다시는 이같은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조문에는 국내 개신교 연합단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회장단도 함께했다. 오전 일찍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교총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를 비롯해 고명진, 김기남 공동대표회장 등은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조문록에 ‘다음세대 죽음 앞에 한국교회가 온 맘으로 애도합니다’라는 글을 적은 류 목사는 “어려운 시기 한국교회가 우는 자들과 함께 울어야 한다”면서 “국가적인 큰 슬픔 앞에 한국교회가 온 마음으로 애도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성경에도 재난이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너희들이 함께 울고, 회개하고, 기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면서 “한국교회가 회개하고 다음세대를 가슴으로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교총은 국가 애도 기간을 맞아 오는 5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시청광장 일대에서 예정된 ‘코리아퍼레이드’를 잠정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여의도순복음교회, 피해 가족에 10억원 전달
국내 개신교 교단들을 비롯한 대형교회들도 이태원 참사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교세로는 국내 양대산맥 교단으로 꼽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장 권순웅 목사는 ‘함께 슬퍼하며 기도합시다’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내고 “슬픔과 애도의 자리에서 교회가 스스로를 돌아볼 때”라면서 “우는 자와 함께 울어야 한다. 함께 슬퍼하며 기도하자”고 회원 교회들에 당부했다.
또 예장통합 총회장 이순창 목사도 애도성명을 내고 “교회가 한마음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유족들과 부상자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와 관계자들을 위해 기도하자”며 “불요불급한 행사는 자제하고 섣부른 판단이나 책임 전가, 정죄로 인해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고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유의해주실 것도 정중히 당부한다”고 요청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태원 참사 피해 가족들에게 위로금 10억원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이영훈 담임 목사는 “슬퍼하는 자들과 함께 울며 고통 중에 있는 분들을 위로하고자 우리의 할 바를 다 할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이 일에 함께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이날 전국 소속 사찰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하도록 했다.
또 전날부터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객들을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본지가 찾은 조계사에는 불교 신자와 스님들의 조문 행렬이 끊이질 않았다. 많은 신자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분향소가 마련된 대웅전에 들어섰다. 눈가가 붉게 물든 이들도 있었다.
불교 신자 최방산(남, 서울 성동구)씨는 “희생자들이 좋은 데로 가길 기도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여성 불자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일”이라며 “기가 막히다. 자식 잃은 부모들은 어떨지 너무 가슴 아프다”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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