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천지TV=황금중 기자] 어젯밤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이 벌어지고 날이 새자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갑작스러운 비보를 들은 유가족들이 실종자를 찾기 위해 온종일 병원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사망자 신원 확인이 늦어져 가족들은 애타는 마음으로 병원을 여기저기 찾아 다녀야만 했습니다.

50대 어머니는 딸을 찾기 위해 순천향대병원에 왔지만,
명단에 없다는 답변을 듣자 흐느끼며 발만 동동 굴러야 했습니다.

(인터뷰: 실종자 가족)
“딴 데(병원) 명단은 어떻게 알아봐요.”
“여기 응급센터 안에 부상자들 있나 알아봐 주면 안 돼요?”

50대 아버지 이씨가 올해 20살이 된 딸에게 전날 쥐여준 용돈은 마지막이 됐습니다.

남자친구와 함께 나갔던 딸의 소식을 듣고 이태원까지 갔지만,
시신을 찾아 병원 여러 곳을 헤매야 했습니다.

(인터뷰: 실종자 가족)
“건물 앞에 이렇게 쫙 누워 있더라고요. 이렇게 덮어서 우리 확인하자 얼굴 눈으로 확인하자. 결국은 안 들여보내고… 남자친구는 전화했었으니까 그러면 소방관하고 경찰이 다 같이 데리고 들어가서 또 어디로 옮기게 되면 사람들이 섞여버리잖아요. 그러면 얘는 신원이 확인됐으니까 연락처라도 엄마 연락처를 적어줄 테니까 병원으로 어디로 영안실로 이동을 하게 되면 반드시 연락 주세요. 그런데 지금까지 연락도 없고 이제 실종자가 돼버린 거예요. 어디로 갔는지 우리가 다시 찾아야 되는 거 눈앞에서 안 보여줘 가지고”

실종자 신고센터가 마련된 한남동 주민센터는 4천 건에 달하는 실종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두 친구를 찾기 위해 아침 일찍 광주에서 올라온 박씨는
한 친구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인터뷰: 실종자 친구)
“(친구가) 총 2명이에요. 한 명은 살고 한 명은 몰라요 살았는지 죽었는지. 핼러윈 간다고 연락하고 어저께 인스타 스토리도 올리고 그렇게 연락도 했었거든요. 그 뒤로는 연락 끊겼어요. 어젯밤부터.”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154명으로 여성이 98명, 남성은 56명입니다.
부상자는 132명으로 전체 사상자는 286명입니다.

사고 현장 근처에는 희생자를 애도하는 국화꽃이 놓였습니다.
인근 가게들은 대부분 임시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을 붙이고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인터뷰: 윤호준 | 추모객)
“많은 사람들이 지금 흔들리고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을 해서 지금 희생자분들과 가족분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고요. 이런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권희범 | 추모객)
“제발 무사하길 바랐는데 순간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다 목숨을 다 저 하늘나라 갔다니까 가슴이 좀 뭉클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창 어린 친구들이기도 한데 편히 영면하기를 기원할게요.”

이제는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도 중요한 시점인데요.

폭이 3~4m밖에 안 되는 좁은 골목길에 인파가 몰린 데다,
가파른 내리막길에 앞에 사람이 넘어지면 연이어 깔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더군다나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주최자가 불분명해서 별다른 안전관리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관할 지자체와 경찰이 인원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인터뷰: 천금숙 | 인근 주민)
“마스크도 풀어줘 버렸잖아요. 그러니까 전국에서 다 몰린 거 아니에요. 젊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너무 안타까운 게 이 메인 도로를 갖다가 왜 차를 다니게 했나 그것만 이태원 축제처럼 막아줬으면 이런 사고는 없었을 거다. 차를 다니게 해놓고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적은 도로로 사람들이 다닐 수밖에 없잖아. 그래서 그 사고가 난 거 아니에요. 저희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주민들도”

오늘 입국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오세훈 | 서울시장)
“정말 비통한 심정입니다. 우리의 아들딸과 같은 젊은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참담한 심정이고요. 특히 아들과 딸을 잃으신 부모님들, 정말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서울시는 사후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일단 장례 절차부터 챙기겠습니다.”

정부는 다음 달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이태원이 위치한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로 했습니다.

(추모객)
“제 또래들이 허무하게 간 게 안타까울 뿐이고요. 사람들이 더 안전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취재/편집: 황금중, 김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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