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하라고 만들어진 서울광장이 폭염과 더불어 몸살을 앓고 있다. 정당과 사회단체 등 시위자들로 들끓기 때문이다. 제1야당은 그곳에서 지난 1일부터 천막당사를 짓고 국민을 상대로 장외투쟁을 벌이는가 하면 사회단체에서도 시국선언이나 호국집회를 가지면서 공휴일마다 이 일대가 시끌벅적하다. 마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로서 시민들이 모여들어 여론 형성의 몫을 했던 고대 그리스시대의 열린광장, 아고라 광장을 연상케 한다.

17일에도 서울광장에서는 민주당이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촉구 3차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했다. 또한 참여연대 등 28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시국회의’에서도 ‘범국민 촛불대회’를 열고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정조사를 통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철저히 가려달라는 모임을 가졌으며, 같은 시간에 광장 맞은편에서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맞대응 집회를 여는 등 이 일대가 주말마다 토론과 시국선언장이 되어 정치의 1번지로 변하고 있다.

현재 국정조사가 진행 중에 있지만, 그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의 시선은 허탈하다 못해 냉담하다.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증인 심문과정에서 여야 국조위원들의 심문이나 증인들의 답변을 들으면 국정조사를 왜 하는지조차 의문이 든다. 여당 위원은 증인의 변호인이나 된듯, 이미 기소된 두 증인의 공소장까지 들먹이며 내용의 잘못을 지적해주며 증인들에게 억울하지 않느냐? 친절히 묻고 있고, 야당은 증인이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답변하지 않겠다’는 등 모르쇠로 일관해도 새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무능을 보인다.

많은 국민은 국조가 철저히 이루어지면 권력기관의 선거 개입 의혹의 실상들이 혹여, 밝혀질 까 기대했건만 이번 국조는 실속 없이 한계만을 보여줬다. 버티기만 하면 핵심 증인이 누락되고, 설령 증인으로 나온다고 해도 선서조차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증인이 구체적인 답변 없이 “재판과정에서 나타날 것이다”는 등 자신의 사법 재판을 빌미로 한 변명을 내놓아도 국조위원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넘어간다. 국회의 국정조사가 재판의 전심(前審)이 아닐진대 국정조사의 위상과 품격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하나마나한 국정조사라는 여론의 호된 비판이 따르고 있다. 실속 없는 이번 국정조사를 보는 국민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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