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앞 건널목에서도 담배 多 피워… 동네 ‘담배 연기’ 자욱

▲ 건물 내부에서 흡연이 금지된 D아파트 주민이 베란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운 후 버린 담배꽁초와 담배갑이 건물 아래쪽 화단에 흩어져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아파트 주민 동의얻어
관리 규칙 만들어야
흡연실 설치도 필요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5일 오후 서울시 동대문구 H아파트. 4년째 이 아파트에 산다는 최명선(71, 여) 씨는 ‘금연아파트로 지정된 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 씨는 “말도 마라, 말만 ‘금연아파트’지 베란다에서 담배 냄새를 맡은 것이 수차례다”라며 “아파트의 겉만 깨끗해졌지 담배 피울 사람은 다 핀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 봄에는 아침마다 금연 방송이 나왔는데 지금은 방송도 안 나온다”며 “요즘 3~4명씩 아파트 뒤에 가서 몰래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출근길에 아파트 앞 건널목이 적색 신호등일 때 사람들이 담배를 많이 피운다”며 “이젠 동네가 담배 연기로 자욱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있는 D아파트. 이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손자와 함께 산책하던 김덕선(77, 여) 씨는 금연아파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김 씨는 “(어린 손자를)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게 하려고 지난해에 일부러 금연아파트로 이사 왔다”며 “하지만 일반 아파트와 다를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우리 집에서 옆 동 아파트 베란다가 보이는 데 아침마다 사람들이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담배꽁초를 화단으로 ‘휙’ 던진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손가락으로 아파트의 한동을 가리키며 “특히 저곳은 베란다가 뒤편에 있어 사람들이 마음 놓고 담배를 피운다”고 지적했다.

▲ 금연아파트인 H아파트 전경. D아파트 주차장에서 차 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는 ‘금연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다. 금연아파트사업은 서울시가 시민의 54.2%가 거주하는 생활공간인 아파트를 금연 환경으로 조성할 경우비흡연자 중에서도 특히 간접흡연피해에 민감한 어린이, 여성, 노인 등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지난 2007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아파트 내에서의 흡연을 규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아파트 내 금연문화를 선도해 나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금연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아파트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관리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는 “법률적인 강제조항이 없어 금연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며 “아파트 주민의 동의를 얻은 후 관리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흡연자들에 대한 고충의 목소리도 들렸다.

H아파트 주차장에서 자동차 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던 고준영(가명, 남) 씨는 “아파트 내에 흡연실이 없으니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라며 “무조건 금연만 외치는 게 아니라 흡연자를 위한 공간도 적절히 배치해주는 게 옳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금연아파트를 처음 시행할 때는 아파트 한쪽에 흡연 장소를 만들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거의 없어졌다”며 “결국 길거리 등에서 담배를 피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부가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금연정책을 실시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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