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12일 서도소리 김정연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자들이 준비한 ‘서도소리 대축전’이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렸다. (사진제공: 하응백 문학평론가, 이미지ㆍ표: 천지일보)

월남인 보유자 통해 겨우 명맥 유지
남은 전승 주체자들 대부분 고령

학술조사 실시하나 ‘지정’ 미비해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조건 까다로워

지정된 13개 종목 정부 지원금 없어
그나마 나온 ‘보조금’ 턱없이 부족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이후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북한 사람들이 대거 월남했다. 이때 월남한 북한 출신 월남인 1세대로부터 전승된 무형문화재가 최근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전 60주년의 해를 맞아 통일을 더욱 갈망하는 우리네 모습 이면에 가려진 현실이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북5도 무형문화재란 월남인 1세대가 전승한 예ㆍ기능 문화로, 황해도무형문화재는 크게 전통연행(음악ㆍ무용ㆍ연희ㆍ놀이ㆍ의식ㆍ무예), 음식제조(궁중ㆍ의례ㆍ민가 음식), 공예기술(도자ㆍ금속ㆍ목칠ㆍ섬유ㆍ피모ㆍ지(紙)ㆍ석(石) 공예)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이들 중 예능 종목(음악ㆍ무용ㆍ연희ㆍ놀이 등)은 국가의 예술정책 변화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데, 북한에서는 1968년을 기점으로 김일성 주체사상이 확립되면서 양반 계급이 누렸던 전통연행ㆍ굿과 같은 종교적 의식과 대동제 놀이는 거의 사라졌다.

그나마 대한민국 정부가 1960년대부터 시행한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제도로 북청사자놀음(1967), 서도소리(1968), 봉산탈춤(1967), 황해도 평산 소놀음 굿(1988) 등의 북한 문화재가 보호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월남인이 보유한 예ㆍ기능 종목이 다수 있으나, 대부분 개인적 혹은 단체 차원에서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이북5도 무형문화재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전혀 없는데다가 전승 주체자가 고령화되거나 사망하면서 원형을 유지ㆍ보존, 전승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무형문화유산은 유형문화유산과 달리 예ㆍ기능을 실연하는 사람을 잇는 전승자(제자)가 없이 보유자가 사망하게 되면 그 분야의 명맥은 끊기고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특징이 있다.

한 사례로 함경도를 대표하는 사령천도굿의 한 종류인 망묵이굿은 1960년대에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학술조사가 이뤄졌으나 지정되지 못했고, 망묵이굿 시연자가 사망(2013년 초)함으로 원형과 가깝게 망묵이굿을 했던 무당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그나마 ‘이북5도 문화재 보호규정’이라는 것이 생겨 이에 따라 1998년에 지정된 함경남도 ‘돈돌날이’를 기점으로 2013년 2월까지 총 13개 종목이 ‘이북5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하지만 국고보조금으로 지급된 지원금은 지난 2005~2007년에 3천만 원, 2009년 2850만 원, 2010~2012년 5천만 원으로, 13개 종목이 각각 나눠서 1년 치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황해도무형문화재 제3호 서도선소리산타령 ‘놀량사거리’의 이문주, 한명순 보유자에게 각각 135만 원(12개월 지원금)이 배정된 것을 보면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 놓이자 무형문화재보호법 개정밖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어 몇몇 관계자를 중심으로 법률안이 발의, 이후 과정을 진행 중이다.

하응백 문학평론가 겸 (사)서도소리진흥회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7일 ‘무형문화유산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상임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며 “현재 공청회를 열기로 합의한 상태”라고 전했다.

하 이사장에 따르면 이 법률안에는 이북5도 도지사가 직접 지정하고 지원책을 세울 수 있는 근거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률안이 상정되면 이북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무형유산에 대한 보존과 전승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게 된다.

한편 지난 3월 1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이북5도 무형문화재 보호와 전승방안 토론회’에는 발제자로 나선 하응백 이사장을 비롯해 이북5도위원회 문화재위원인 동방대학원대학교 양종승 교수, 노원문화회관 김승국 관장, 동국대 한국음악학과 한상일 교수, 문화재청 황권순 무형문화재과장이 지정토론을 했다.

이날 양종승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북한 무형유산은 60년 동안 단절된 남북문화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매개체로서 그리고 남북문화 동질성 회복의 기틀로 활용될 수 있는 큰 자산”이라며 “앞으로 북한 무형유산에 대한 총체적인 학술 조사연구가 올바르게 이뤄진다면 해당 유산의 가치 또한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무형유산은 환경적 요인, 국가의 상황에 따라 남한을 지역적 배경으로 하는 남한 무형유산과 비교하면 잃어버리거나 사라지는 속도가 훨씬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재 남한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이북5도 무형문화재에 대한 보존 대비책이 당면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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