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호 안산 감골도서관 관장

▲ 최경호 안산 감골도서관 관장
예로부터 사람들은 심신(心身)에 이로운 맑은 물을 마시기 위해 샘을 찾아왔다. 오늘날에는 정수기라는 샘을 통해 어디서나 편리하게 맑은 물을 마실 수 있지만 상수도 시설이 잘 갖추어지지 않았던 시절에는 펌프를 이용하여 맑은 지하수를 끌어 올려 마셔야만 했다.

그런데 펌프질에 선행되어야만 하는 것이 있었다. 우선 한 바가지의 물을 펌프에 부어야만 했는데 그제야 비로소 펌프질에 따라 맑은 지하수가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한 바가지의 물을 ‘마중물’이라 한다.

현대사회를 흔히 지식정보사회라고 한다. 그러나 많은 지식과 정보가 매사에 정답은 아니다. 깊이가 없는 지식과 정보는 오히려 정신건강을 해치기 쉽다. 도서관은 시민들이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통해 깊은 지혜를 끌어 올릴 수 있게 하는 펌프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은 정신건강의 원천인 마중물인 셈이다.

고대의 도서관은 왕족을 비롯한 권세가들에게만 개방되었던 제한된 장소였으나 인류문명의 발전으로 오늘날의 도서관은 특정계층의 독점물이 아닌 일반대중을 위한 공공재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도서관을 낯선 장소라고 여기는 시민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이제 도서관은 시민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문화 커뮤니티의 장(場)으로서의 기능을 가져야만 한다.

한 나라의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을 찾으라는 말이 있다. 안산시에는 22곳에 공립 도서관이 있다. ‘1동 1도서관’이라는 미션을 달성하여 동네마다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공립도서관 뿐 만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사립 작은 도서관도 58곳에 이르며 지난 5월 21일에는 안산시 작은 도서관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더불어 다가오는 2015년에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어 미디어 전문 도서관이 개관될 예정이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상록구 사동 소재의 감골도서관은 지역문화 커뮤니티 역할을 하며 ‘책 읽는 시민, 책 읽는 안산’이라는 정신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실천과제로서 ‘하루 10분 독서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시민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친근하게 도서관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디지털시대의 혁명을 일으킨 빌 게이츠는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동네 도서관이었다”고 회고했다. 도서관은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엄마아빠와 함께 찾는 책놀이 공간이 되어야 하고, 읽은 책에 대하여 함께 토론하여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도서관이 진화하면 시민의식이 발전하고, 성숙한 시민은 미래를 밝히는 촛불이 된다. 안산시의 도서관은 오늘도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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