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6.25발발 63주년이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동족상잔의 비극은 반백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민족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안겨줬다. “내일이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조금만 더 기다리면 다시 볼 수 있겠지”라며 분단과 전쟁이 갈라놓은 가족들과의 생이별이 어느덧 반백년을 훌쩍 넘었다.

아직 아물지 않은 민족의 상처이지만 이 고통과 슬픔,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 않은 현실이다. 6·25를 겪은 세대보다 겪지 않는 세대가 많아진 탓도 있겠지만 역사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나 교육의 부재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안전행정부가 지난달 25일 안보의식 여론조사를 한 결과 6.25전쟁 발발연도를 묻는 주관식 문제에서 성인의 35.8%와 청소년의 52.7%가 정확한 답을 쓰지 못했다고 한다.

KBS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6.25를 일으킨 나라가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라고 답한 중고생 비율이 10%를 넘었으며, 20% 이상의 학생이 해방 연도를 몰랐다고 한다. 김구 선생을 시인이라고 응답한 이도 있었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역사의식의 부재에 대한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학생들의 인터뷰 응답 중에는 야스쿠니신사가 젠틀맨(gentleman)의 신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냐며 무심한 듯 웃던 청소년도 있었으니 우리나라 청소년의 역사의식의 심각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어디 이러한 역사의식의 부재가 청소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겠는가. 성인들 또한 비슷비슷하다. 안정행정부의 설문 결과 성인의 35.8%가 6.25전쟁의 발발연도에 대한 정확한 답을 쓰지 못했다고 하니 이 또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20~30대 또한 급격한 산업화와 입시 위주의 교육 정책의 산물이라 할 수 있으니 역사에 대한 관심을 바라는 것은 어쩌면 욕심일 수도 있다.

누누이 이르는 말이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있을 수 없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역사가 없이 현재도 미래도 있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지금 내가 잘 살고 있으니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나라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선조들의 피와 땀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있을 수 없다. 어찌 우리 민족뿐이겠는가. 당시 이름도 낯설었던 한국 땅으로 건너와 평화를 위해 싸운 UN참전국 용사들의 용기와 희생도 잊어서는 안 된다. 6.25전쟁에 참전한 UN군은 전투지원 16개국, 의료지원 5개국으로 총 175만여 명이 참전해 4만여 명이 전사했다. 미국의 경우 지금도 6.25전쟁 도중 전사한 참전용사들의 유해발굴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을 정도이건만 우리는 어떠한가. 6.25전쟁을 직접 겪은 우리이건만 그 참담함과 아픔을, 이 동족상잔의 비극이 주는 역사의 아픔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아픔을 기억하고 그 고통 속에서 신음하자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일궈낸 원동력이 어디에 있는지 돌아보자는 것이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가 흘린 피와 땀 때문임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가슴 아픈 과거도 우리의 역사임을 잊지 말자.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말만으로 부르짖어서는 안 된다. 한글을 떼기도 전부터 영어를 주입하려 하는 것보다 어릴 때부터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주인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역사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남아 있는 일제의 잔재, 우리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왜곡하고 폄훼하려 했던 일제의 잔재를 깨끗하게 청산하는 일이 먼저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하나의 독립적인 나라이자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이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절대 뒤질 것이 없는 나라다. 그렇기에 더 이상의 국수주의도 사대주의도 필요 없다.

다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면 앞서 말했던 역사의식일 것이다. 이 하나만 제대로 교육되고 정립되어 있다면 세계 그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를 얕보지 못할 것이다. 역사는 나라를 존속해가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강력한 힘이다. 아무리 부강한 나라라 할지라도 역사의식이 없고, 잘못된 역사관을 가지고 있거나 사실을 왜곡한다면 그 부는 오래가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자 순리이다.

우리 또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사상과 이념을 심어주지 않도록 주의하고 노력해야 한다.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에게 잘못된 사상을 심어준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잘못된 길로 가게 만드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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