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대향로’의 출토 당시 모습(왼쪽). 왕실 의례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대향로는 높이 63㎝ 지름 19㎝ 무게 11.85㎏ 다리와 몸체, 뚜껑으로 구성돼 있다. 향로의 뚜껑(오른쪽) 부분에는 74개의 봉우리가 있다. (사진출처: 천지일보DB)

불로장생·우주삼라만상 표현
백제인 예술감각과 기술 돋보여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옛 백제인들은 손재주가 가히 뛰어났다. 백제시대 것으로 전하는 유물만 봐도 예술 감각과 기술이 돋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출토된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대향로’는 당시 백제인들의 여러 가지 사상과 금동 제작 기술이 총체적으로 포함돼 있어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백제금동대향로는 높이 63㎝ 지름 19㎝ 무게 11.85㎏의 대작이다. 한 다리를 생동감 있게 치켜든 용이 갓 피어나려는 연꽃봉오리를 입으로 받치고 있는 아랫부분과, 그 위에 박산(博山, 넓은 산)이 위치하는 형상이다. 또 향로의 맨 꼭대기에는 비상하려는 것 같은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고 서 있다.

백제금동대향로의 뚜껑 부분에는 74개의 봉우리가 있다. 이 산과 산 사이 계곡과 계곡 사이에는 선인들과 동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실적이면서 재미있게 묘사돼 있다.

▲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대향로’ (사진제공: 문화재청)
74개의 봉우리는 포개어져 5단으로 정돈됐다. 단은 각각 5봉우리로 이뤄졌으며 큰 산봉우리는 25개다. 큰 산의 각 단은 엇갈리게 배치됐고, 큰 산과 연결되는 49개의 작은 봉우리도 있어 뚜껑의 산은 매우 중첩된 양상을 보인다.

또 봉우리의 모양새는 굴곡이 심하지 않고 유려하다. 각 봉우리의 테두리에는 빗금 모양의 문양을 조각해 독립적인 입체감을 살렸다.

향로는 예로부터 악취를 제거하고 부정(不淨)을 없애기 위해 향을 피웠던 도구다. 박산향로는 중국의 동쪽 바다에 불로장생의 신선들이 살고 있다는 이상향인 삼신산(三神山), 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仗山), 영주산(瀛州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그래서 삼신산에 살며 불로장생한다는 신선들과 동물, 산수 등도 백제금동대향로에 다양하게 등장한다.

백제금동대향로는 중국에서 유행한 박산향로(산봉우리 형의 몸체를 갖춘 향로)와 유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입체감을 살려 조각미에 있어 독립적인 백제시대 대표 향로로 평가되고 있다.

즉 백제인들은 이러한 중국의 문화를 수용하되 백제 고유의 기술과 묘사로 백제의 사상을 복합했으며, 백제만의 문화를 완성하고자 했다. 또 음양의 조화나 신산의 표현 등 도교적인 요소와 함께 향로의 몸체에 생동감 있게 표현된 연꽃잎과 연꽃잎 위에 동물을 새겨 우주의 삼라만상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여러 학자는 보고 있다.

백제금동대향로와 비슷한 형태를 보이는 유물로는 무령왕릉 출토 동탁은잔(銅托銀盞)과 왕비 베개, 능산리 동하충의 벽화, 부여 외리 출토 무늬벽돌 등이다.

한편 올해는 백제금동대향로가 발굴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는 이를 기념해 금동대향로를 다시 조명하고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해 전 국민 축제의 장이될 ‘제59회 백제문화제’를 개최한다.

오는 9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9일간 부여와 공주 일원에서 ‘금동대향로의 세계’라는 슬로건으로 열릴 예정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