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대기업 임원이 대한항공 승무원을 폭행한 사실이 이슈화 됐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미국 LA로 향하던 대한항공 기내에서 P그룹 계열사 W상무는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동안 다양한 문제로 승무원에 불만을 제기했다.

비행기 탑승 직후부터 옆 좌석이 비어 있지 않다, 짐칸에 다른 사람 짐이 먼저 놓여 있다는 것을 문제 삼아 욕설과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어 아침 메뉴에는 왜 ‘죽’이 없냐며 7분간 메뉴판만 응시, 이후 밥이 삭았다며 문제를 제기해 새 밥으로 바꿔 줬으나 새로 제공된 밥도 삭았다며 다시 라면과 삼각김밥을 요구했다. 이번에는 라면이 덜 익었다며 다시 끓여 오라고 요구했고 이에 수차례 라면을 끓여줬음에도 ‘덜 익었다’ ‘짜다’ 등을 반복하며 계속 불평을 쏟아냈다.

이후에도 식사 중에 냅킨이나 린넨 등을 바깥 통로로 던지거나, 기내가 덥다며 온도를 낮추라고 요구하고, 2분마다 작동하는 환기시스템을 1분마다 바꾸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도 모자라 급기야 착륙 1시간 전 승무원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폭언과 함께 들고 있던 잡지책으로 여승무원의 눈 주변을 내리치기까지 했다.

결국 W임원과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기장은 착륙허가를 받은 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이 사실을 신고했다. 이에 FBI는 수사를 통해 W임원에 ‘입국 후 구속 수사’ 또는 ‘미국 입국 포기 후 귀국’ 중에 선택할 것을 권유, 해당 임원은 입국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되돌아왔다.

이 같은 W임원의 몰상식한 행동에 네티즌은 분노했다. 순식간에 해당 임원의 신상이 네티즌들에 의해 공개됐고, ‘분노’를 느낀 또 다른 네티즌들이 SNS를 통해 사실을 퍼 나르면서 삽시간에 사건이 퍼져나갔다.

W임원이 속한 대기업을 향한 비난도 커졌다. 사건이 발생한 지 수일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할 뿐 아직도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 없기 때문이다. 상황파악은 승무원들의 증언과 FBI 수사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앵무새 같이 ‘상황 파악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기 전에 진심어린 사과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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