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부작용 완화 방안 마련, 시기조절 필요”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국내 금융기관 대다수가 ‘한국형 토빈세’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금융기관 293개사를 대상으로 ‘한국형 토빈세 도입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시기상조’라는 응답은 62.5%, ‘도입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23.6%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13.9%에 그쳤다.

토빈세는 급격한 자금 유출입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국제 단기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한국형 토빈세는 외환거래세, 채권거래세, 파생상품거래세를 포괄한다.

대한상의는 “일본의 엔저정책과 원화가치 급등락으로 수출기업이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환율변동성을 줄여주는 토빈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내 금융기관들은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도입은 자본통제국이라는 인식을 심어 자본의 급격한 유출과 함께 외자도입이 필요한 경우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본 유출입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이미 도입한 선물환 포지션 규제, 은행세(거시건전성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원천과세 등 이른바 ‘거시건전성규제 3종 세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대한상의는 “선물환 포지션제도가 2010년 도입된 이후 선물환 보유비율이 2차례에 걸쳐 축소됐고, 2011년에 은행세가 새로 도입되면서 금융기관들의 규제 부담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선진국과 비교한 국내 금융규제 수준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 10곳 중 7곳이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다’(65.2%)고 답했고, ‘비슷하다’거나 ‘약하다’는 응답은 각각 25.5%, 9.3%로 조사됐다.

특히 금융소비자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6월 말까지 신설하기로 한 금융소비자보호원에 대해서도 ‘올 하반기 이후 신설해야 한다’는 응답이 47.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반기 중 신설(31.2%)’ ‘설립 불필요(21.5%)’ 순으로 조사됐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이 불필요하다는 기업들은 ‘새로운 관리·감독기구의 신설로 인한 중복규제의 비효율성이 나타날 것(76.2%)’을 가장 많이 우려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대내외적 경제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보다 금융기관들의 성장잠재력을 제고하는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점을 감안하면 환율안정을 위한 대비책이 긴요한 상황”이라며 “금융기관들도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정부대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제도 도입은 시행 시 예상되는 부작용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한 후 시기를 조절해 추진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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