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으로 삼면의 바다를 가진 땅을 일컬어 반도(半島)라 하며, 삼면이 바다로 된 나라를 반도국가라 한다. 이는 대륙으로 또는 해양으로 뻗어 나가는 데 교두보적 이점을 가지고 있어 문명과 문화의 중심지가 될 수밖에 없는 천혜의 땅이다.

이 지구상에 이러한 반도지형을 가진 곳은 사실상 그리 많지 않다. 그 가운데서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다민족 다문화를 수용 결집시켜 서구문명이라는 새로운 거대문명의 발상지가 됐으며, 또 르네상스(문예부흥)를 통해 인간주의 인본주의를 되살렸으며, 오늘날까지 유럽문화의 중심지가 됐던 이탈리아반도가 그 대표적 예가 될 것이다.

이같이 서구에 이탈리아반도가 있다면 이 동방엔 한반도가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한반도 또한 5대양 6대주 그 어디든지 뻗어 나갈 수 있는 천혜의 땅인 것이다.

그러나 누구의 심술인가, 운명의 장난인가. 해방 후 비극의 동족상잔이 멎은 지 60년, 동양의 셈법으로 한 세기를 맞았어도 허리를 잘라 놓은 철책은 점점 더 세게 동여 메여 지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어야만 한다. 한마디로 천혜의 땅 한반도는 제구실을 못하며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이러한 기막힌 현실 앞에서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핵 내지 핵개발을 앞세운 ‘벼랑 끝 전술 전략’을 오늘도 구사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11일부터 21일까지 약 2주간 실시한 키 리졸브 훈련(한미연합군 한반도 방어 훈련)이다. 이 훈련을 북침으로 간주하며 정전협정을 백지화하면서, 판문점에서 휴일을 빼고 매일같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업무를 봐 오던 전화통화를 일방적으로 차단하며 지금까지 당장이라도 전쟁이 터질 것 같은 전면전 분위기로 몰아 왔다.

심지어 지난 8일에는 남북 간 마지막 보루로 남아 있는 개성공단마저 김양건 대남 노동당 비서의 담화를 통해 ‘개성공단 잠정 중단’을 일방 선언하며 북한 근로자를 전원 철수 시키는 강수를 뒀다. 재개여부 또한 남측의 태도여하에 달려 있다며 모든 책임은 남측에 떠넘기며 평화는 멀게만 느끼게 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벼랑 끝 전술 전략의 저의는 도대체 뭘까.

우선은 김정은의 존재감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외적으로만이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실제 내적으로 김정은 체제가 공고히 구축돼 있다 하더라도 외부에서 바라보는 온도차를 의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오해를 이번 기회를 통해 보다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계산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즉,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키며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며, 극도의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식량 원조를 이끌어 내겠다는 아날로그적 속셈을 그대로 보이고 있다는 점, 나아가 미국을 상대로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커다란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남한의 새 정부와도 한편으로는 시험, 한편으로는 거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특히 이 4월엔 북한 최고 기념일인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은 물론 조선 인민군 창설 기념일, 김정은 노동당 비서 1주년 기념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추대된 날 등이 있어 이러한 북한의 계산된 움직임은 더욱 극성을 부리며 이 모든 목적이 성사되기까지 불장난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저들의 불장난에 대한 우리의 지혜로운 응수가 궁금한 대목이다. 응수엔 정답이 따로 어디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응수에는 정부 또는 국회만이 해당되고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요 책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회의 의견을 절대 수렴해야 하고, 국회는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과 나라와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발의하고 건의해야 하고, 국민 또한 모든 창구를 통해 참여하고 감시하고 주문하고 격려할 때, 모든 안건은 국민의 총화라는 거대한 힘이 되어 그 누구도 무시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는 진리를 제발 깨달았으면 한다.

반도국가라는 천혜의 땅을 선택받았음은 물론 한글과 같은 높은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우리는 간직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교만함으로 때로는 우리의 미련함으로 최상의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 놓여 있다. 아니 드넓은 대륙 유라시아를 질주하며 호령하던 선조들의 말발굽소리는 잊은 지 오래다.
이제 우리 지혜로 국민의 총화를 일궈 이 땅에 평화의 씨를 뿌려 먼저 두 동강 난 허리를 잇고, 고토를 회복해 새 시대의 주역으로 우뚝 서기를 다같이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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