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와 묘비명과

이응준(1970~  )

아무리 궁리해 본다 한들
타인보다 낯선 것이 내 뒷모습이다.

묘비명은 단 두 줄.

하루는 지나갔다.
인생은 지루했다.

[시평]
나의 것을 오히려 내가 더 잘 모르는 것이 우리네 삶인지도 모른다. 어디 나의 뒷모습뿐이겠는가. 내가 잘 모르는 나의 것들이.
나와 너, 하늘과 땅,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 그 모든 경계가 모호한 안개, 그 속에 덩그마니 서 있는 묘비명. 그래서 그 묘비명에 쓸 수 있는 말은 단 두 줄뿐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하루는 지나갔다. 인생은 지루했다.’
타인보다도 더 낯선 뒷모습을 하고 살아온 날들, 그렇게 지나간 우리의 한 생애, 우리의 삶. 어쩌면 지루했던 그 어떤 날의 그 하루였었는지도 모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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