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년(甲年)

이인원(1953~  )

몸이 몸을 속이는 나라에서
마음이 마음을 알아주는 나라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나이, 이제부터
내 몸이 여권이고 내 마음이 비자다

[시평]
지금은 환갑이라고 해도 그리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옛날에는 오래 살았다고 잔치를 해주던 나이였다. 공자께서도 그래서 이 환갑의 나이를 이순(耳順)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을 만큼 들어서 천지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게 되었고, 그래서 듣는 대로 이해를 할 수 있는 나이. 그렇기 때문에 ‘자연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들을 수 있는, 그런 귀를 지닌 나이’라는 의미의 이름 이순(耳順).
이렇듯 갑년에 이르러 ‘몸이 몸을 속이는 나라에서 마음이 마음을 알아주는 나라’로 입국을 했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몸이 바로 자연이 아니던가. 자연의 이치를 모르면서 자연의 이치에 거스르며 살아오다, 이제 조금씩 자연의 이치를 몸으로 깨닫는 나이. 그래서 이제는 몸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나이, 갑년.
나이가 들면서 천지만물의 이치를 터득하여 스스로 자연이 되고, 그러므로 스스로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질 수 있다면, 그 노년 정말 얼마나 좋을까. 오늘과 같은 노령화 시대에.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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