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가 민족말살정책으로 허물어 버린 종묘~창덕궁을 잇던 옛 담장이 원형 복원된다. 사진은 복원공사 2구간과 조감도 (사진제공: 서울시)

발굴된 80.3m 전 구간, 원 위치에 복원
병목구간 4→6차로 확장, 상습 정체 해소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일제가 도로를 내면서 허물어 버린 종묘~창경궁을 잇는 담장이 83년 만에 원형 복원된다.

복원될 예정인 종묘~창경궁 사이 담장 498m는 일제가 민족말살정책 일환으로 지금의 율곡로를 만들면서 1931년에 허물어 버려 자취를 감췄다. 대부분의 국민 중에는 담장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

서울시는 오는 2014년 12월까지 80.3m 구간의 기초석을 포함한 총 498m 길이의 궁궐담장을 1931년 발간된 ‘조선고적도’와 1907년 제작된 ‘동궐도’를 바탕으로 원형을 되살릴 계획이다.

앞서 2010년 10월 착공한 율곡로 구조개선 공사 과정에서 문화재인 궁궐담장 기초석이 발견됐다. 이후 서울시는 공사를 중지하고, 문화재 정밀 발굴 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3개소에서 궁궐담장 기초석 80.3m가 발굴됐으며, 담장 복원을 추진했다.

지난 4일 서울시는 “당초 문화재청(2012년 4월)이 허가한 내용대로 담장 기초석 80.3m 중 16m는 위치를 4.3m 높여 복원할 계획이었으나, 여러 각도의 기술적 노력 끝에 터널구조를 변경하기로 하고 80.3m 전 구간을 원위치에 복원하게 됐다” 밝혔다.

터널구조 변경을 통해 현재 설계된 파형 강판의 폭과 높이를 줄이는 방안을 여러 각도로 연구, 모색한 끝에 구조물의 안전성을 확인한 결과다.

시는 지반의 높이를 도로 개설 이전의 옛 모습대로 맞출 예정이다. 복원 구간 중 300m 구간에는 터널을 설치해 지하차도를 만들고, 터널 상부는 흙을 덮고 녹지를 조성한다.

특히 터널 상부 녹지에는 참나무류와 귀롱나무, 국수나무, 진달래 등 창경궁과 종묘 수림에 분포된 고유 수종을 심어 다층구조의 전통 숲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임금이 비공식적으로 종묘를 방문할 때 이용해 왔으나 1931년 일제가 창경궁과 종묘를 갈라놓고 일본식 육교로 연결하면서 사라진 북신문도 복원된다.

한편 율곡로 창경궁 앞 도로 구조개선 공사와 문화재로 확장이 불가했던 창덕궁 돈화문~원남 사거리 약690m 병목구간이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된다. 이 일대는 일일 약 8만여 대가 통행하며, 병목구간으로 인한 교통 혼잡이 극심한 실정이다. 이번 복원 공사가 완료되면 이 일대의 상습 정체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정은 32%다. 한전 전력구 이설 공사가 진행 중이며, 2014년 12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조성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숲길로 연결됐던 종묘~창경궁이 오는 2014년 말이면 83년 만에 역사성과 자연성을 회복하게 된다”며 “일제 강점기에 훼손된 문화유산의 원형이 복원되면 600년 도읍지인 서울의 위상을 높이고, 시민에겐 자긍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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