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정릉 문화해설사 김동순 씨 “문화해설사 봉사는 제 평생의 업이에요”
[사람과 삶] 정릉 문화해설사 김동순 씨 “문화해설사 봉사는 제 평생의 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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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릉 문화해설사 김동순 씨 ⓒ천지일보(뉴스천지)

 10년 전 ‘종묘’서 봉사로 첫 해설사 활동해
대동종약원 전승교육 등 받으며 실력 쌓아

[천지일보=김성희 기자]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제2비 신덕왕후 강씨를 모신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정릉’. 이곳은 조선왕릉으로 지난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 15일 기자가 찾은 정릉은 가을의 끝자락의 고즈넉함을 담고 있었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찾는 이의 발길은 뜸했지만 정릉은 맑은 공기의 청량함과 풀 내음이 가득했다. 이곳에서 능침 해설을 맡고 있는 문화해설사 김동순 씨를 만났다.

평범한 주부였던 김동순 씨는 문화유산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접한 적도 없는 문외한이었다. 그러던 그가 ‘두레’라는 문화유산 답사 시민단체모임을 만나면서 문화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 문화는 사찰문화인데 개인적으로 기독교인이어서 처음에는 문화답사를 하면서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어요. 하지만 답사를 가보니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그래서 문화유산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어요.”

이후 김 씨는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를 위해 조계사에서 진행하는 기초불교 교리반에서 기초지식을 쌓았다. 또 공부하면서 혼자 여기저기 답사를 가며 배운 것을 익히기도 했다. 해설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안중에도 없었던 김 씨는 경복궁을 방문하면서 막연하게 해설사의 꿈을 꾸게 됐다.

“서울시립대에서 하는 시민대학에서 전통문화반을 수강하던 중이었어요. 함께 수강하던 지인과 경복궁을 가게 됐는데 그곳 해설사가 해설해주는 모습이 너무 근사해 보이더라고요. 또 잘 모르던 경복궁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는 것을 보고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지인에게 이야기했죠.”

(사)한국의 재발견에서 운영하는 ‘궁궐지킴이’를 알게 된 김 씨는 2002년 응시해 교육을 받고 ‘종묘’에서 해설사로 봉사를시작했다. 10년이나 해설을 해온 터라 지금은 말하는 것에 자신 있는 그였지만 이전에는 수줍음도 많고 나서서 말하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궁궐지킴이 교육을 수료하고 나면 해설사로 활동하고 싶은 곳을 적어내게 되는데 김 씨는 1지망으로 ‘종묘’를 선택했다. 당시 종묘는 공부할 것도 많고 어렵기에 희망자가 거의 없는 곳이기도 했다.

“처음 종묘를 갔을 땐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몰랐어요. 그저 힘들 때 이따금 종묘 대정전 한 편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죠. 사실 종묘는 ‘혼’을 모시는 사당이잖아요. 일반 사람 중에는 꺼리는 사람도 많아요.”

많은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김 씨의 해설에 매료됐다. 더구나 ‘종묘 사랑’의 기운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그의 해설은 누가 들어도 귀에 쏙쏙 들어왔다.

종묘에서 해설하는 것을 눈여겨본 지인이 김 씨에게 문화재청 왕릉 해설사모집 응시를 권유했다.

“종묘 해설을 하면서 ‘왕릉 공부를 겸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준비하다 보니 기회가 돼 정릉에 근무하게 됐어요. 지금은 왕릉, 종묘, 사직에서 해설하며 조선왕조의 혼백을 아우르는 사람이 됐죠.”

김 씨는 여성 최초로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의 종묘‧사직 전승교육을 수료하기도 했다. 이 전승교육은 교육생의 95%가량이 전주 이씨 집안 남자인데 타성에 게다가 여성이 교육을 받은 것은 김 씨가 처음이었던 것.

이것이 인연이 돼 그는 6년여 동안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셔 놓은 사당(종묘)에서 지내는 제사인 ‘종묘제례’에서 이원 황사손의 면복을 입히는 일을 해왔다.

“면복은 입는 절차가 굉장히 까다로워요. 잘못 입으면 나라 망신이죠. 그런데 제가 전승교육을 받기도 했고 여자니까 손이 좀 더 야무질 거라 여겼는지, 부탁하셔서 황사손의 면복을 입혀드리게 됐죠.”

김 씨는 누구나 인정하는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최고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방문객이 거의 없어 출근하지 않는 12~2월에는 한자능력시험 1급을 따기 위해 공부를 하고 성균관에서 진행하는 논어, 맹자 강의를 듣기도 한다.

“제례공부는 한자를 알면 너무 쉬워요. 또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 많기 때문에 중국어 공부도 하려고 해요. 요즘은 왕릉이나 종묘, 사직에 대해 아는 분이 많아졌어요. 제가 지식적으로는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그들의 열정이나 경험은 따라갈 수 없어요. 취미 삼아 공부하며 국내에 있는 왕릉 40기를 다 답사하신 분도 있더라고요.”

자신이 문화유산에 대해 몰랐기에 이해하기 위해 꼼꼼히 공부하고 쌓았던 것은 해설에 그대로 묻어났다. 단순한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는 그의 해설을 들은 후 다른 문화유산에도 관심이 생겨 종묘, 사직에까지 방문하는 이도 적지 않다고 한다.

“원래 하루에 두 번 해설을 해요. 그런데 멀리서 온 방문객이 해설을 듣고 싶어 하거나 단체가 방문하면 4~5번을 해설하는 경우도 있죠. 목도 아프고 말도 하기 싫어지기도 하지만 방문객이 ‘머리에 쏙쏙 들어와요’ ‘몰랐던 것을 알게 됐어요’라고 말해줄 때 너무 기분이 좋아요.”

벌써 10년째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 씨는 종묘에 오는 신입 해설사에게 제수‧제기‧제례절차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전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던 문화유산을 접하고 막연히 해설사의 꿈을 가졌던 김 씨는 차근차근 공부하고 준비해 꿈을 이뤄냈다.

“뭔가를 하고 싶다면 이뤄내려면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하나씩 준비하고 기초를 닦아두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죠.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는 이룰 수 없어요. 저도 해설사의 꿈을 그렇게 이뤘고, 젊은 친구들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것 중 하나에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젊은 세대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은 그였다.

김 씨는 듣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고 쉽게 전할까’를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눈빛을 반짝이며 꼭 한 번 종묘를 찾아오라고 마지막 인사를 하던 김동순 해설사에게서 종묘와 왕릉, 사직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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