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환 목사 파행 책임지고 물러나라”… 국제적 망신

▲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 개최를 반대하는 집회가 21일 오전 서울 문화관광부 앞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기독교보수교단협의회와 WCC 부산총회 철회촉구 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참석자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WCC는 종교단체를 가장한 공산주의 단체라고 주장했다.(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부산총회를 200여 일 앞둔 현재까지 한국교계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지 못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WCC부산총회를 진두지휘하는 한국준비위원회가 안으로 총회예산, 조직개편, 공동선언문 폐기 등의 문제를, 밖으로 WCC총회 반대여론이 본격화되는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대처하지 못해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WCC 부산총회는 전 세계 110개국 349개 교단에 속한 약 6억 명의 기독교인들을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모이는 지구촌 최대 기독교국제행사다. 이번 행사에 참가 인원이 최소 6000여 명에서 최대 1만여 명까지 예상되고 있다. 국제행사를 7개월여 앞둔 한국준비위는 아직까지 총회 프로그램과 예산문제 그리고 주요인사 조직 구성도 못 갖추고 있다.

WCC공동선언문 후폭풍의 여파로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는 사퇴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는 집행위원장직을 사퇴한 채 뒷짐만 지고 있다. 총회를 총지휘해야 할 핵심인사들이 이같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준비위가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 사퇴압박 거세져
최근 한국기독교장로회 배태진 총무는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를 향해 공개적으로 한국준비위 파행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6일 개최 예정이었던 상임위원회가 위원장 김삼환 목사 등 다수의 위원이 참석하지 않아 비공식 간담회로 진행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 총무가 김 목사의 WCC상임위원장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배 총무는 “(김 목사가) 그동안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한국준비위의 활동을 파행적으로 흐르게 하는 과정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사퇴를 주장했다.

그는 공동선언문 문제, 일방적 의사결정, 실행위 해체, 한국준비위의 예장통합 편향적 구조 등을 사퇴 이유로 제시했다. 배 총무는 “목사님으로 인해 생겨난 그동안의 일들에 대해 진정한 책임을 지고 한국준비위원장직에서 깨끗이 물러나는 리더십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한국교계, 부산총회 40억 예산 마련 골머리
WCC총회 예산문제도 한국준비위가 안고 가야 할 골칫거리다. WCC본부는 지난 3월 초 스위스 보세이에서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이번 10차 총회 전체 예산을 한국교회 지원 예산 340만 프랑(약 40억 원)을 포함해 총 870만 프랑(1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총회 예산 책정 등의 구체적인 논의를 하는 상임위가 회의를 거치지도 않는 상황에서, WCC본부가 부산총회 예산을 이같이 결정한 데 대해 한국준비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약속한 예산은 150만 프랑(17억 원)이었다. 그런데 190만 프랑(23억 원)을 더 지원해줘야 하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부산총회와 관련 정부지원금은 23억 원이 책정돼 있다. 그러나 정부지원금은 종교 행사비로 지원할 수 없는 예산이다. 다만 국제적인 행사에 한국을 홍보하고 세계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등의 지원 명목으로 책정된 예산이다. 재정지원 한 축을 감당하는 예장통합과 감리교, 기장 등 WCC회원교단들도 약속한 예산을 내놓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준비위가 상임위 파행으로 회원교단에 예산을 요구할 수도 없는 처지다. 예산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한국교계는 국제적 망신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WCC부산총회 반대여론 확산
WCC총회의 반대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WCC부산총회개최반대를위한국민의소리(국민의소리), 한국기독교보수교단협의회, WCC부산총회철회촉구위원회가 공동으로 지난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WCC반대집회를 열고 정부에 예산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민의소리는 법원에 예산지급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WCC를 용공세력으로 지목한 이들은 “WCC는 표면적으로 종교통합을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좌경·용공주의와 반윤리적인 동성애·일부다처제 등을 지지하는 단체”라며 “보수 기독교계가 (WCC총회 개최 반대에) 나서주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모두 나름의 이유로 움직이지 않아 우리가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86만여 명의 반대 서명을 받아 놓은 국민의소리는 앞으로도 계속 서명운동을 펼쳐 나갈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한국준비위는 성명을 내고 이들의 주장을 근거 없는 유언비어라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한국준비위는 “최근 인터넷과 전국 각 도시에서 정체불명의 단체가 WCC에 관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허위사실 유포를 더 이상 묵고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법적조치를 포함 강력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성명 이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해 반대여론만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한국준비위에 따르면 WCC 제10차 부산총회에는 총 825명이 총회대의원(총대)으로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통합 4명, 감리교 3명, 기장 3명, 성공회 1명, 정교회 3명 등 14명이 총대로 참석한다. 한국구세군의 경우 WCC 회원교단은 아니지만 주요 파트너 자격으로 세계구세군 본부의 추천을 받아 박만희 사령관을 비롯한 지도자들이 총회에 참여한다.

이 밖의 총회 주강사로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라이베리아의 레이마 그보위와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가 거론되고 있다. WCC는 UN 반기문 사무총장을 이미 초청한 상태이며, 박근혜 대통령도 초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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