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소송에 휘말린 불교방송 본사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복수노조 ‘사장·이사장’ 횡령·배임 의혹
검찰 고발 잇따라… 불교계, 우려 확산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불교방송(BBS) 사태가 법정소송에 휘말렸다. 방송사 복수노조가 회사를 대표하는 이채원 사장과 이사장 영담스님 모두를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불교방송 희망노동조합(위원장 손근선)은 지난 1월 종교 정체성 논란을 빚고 있는 이채원 사장을 ‘업무상 배임 및 업무방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최근에는 불교방송 노동조합이 이사장 영담스님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복수노조인 BBS희망노조와 BBS노조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전혀 다른 가운데 서로를 비방하고 있다.

지난 25일 BBS희망노조 손근석 위원장은 삭발에 이어 무기한 천막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이채원 사장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날 손 위원장은 “(단식농성은) BBS를 사랑하는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오늘 시작되는 농성이 승가모독을 일삼는 이채원 사장의 퇴진을 위한 마지막 방법”이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이사장 영담스님 등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발한 전영신 BBS노조위원장은 “(영담스님이 저지른) 횡령과 배임 등의 범죄행위는 그 신분을 막론하고 처벌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BBS노조는 영담스님이 “재단후원금과 뮤지컬 ‘원효’의 관련 수익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후원금의 경우 “불교방송 후원회에서 관리돼야 할 돈이 재단법인으로 귀속돼 운영비로 사용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영담스님은 참회는 고사하고 오히려 범죄를 찾아낸 사람들(이채원 사장 등)을 모함해 불가피하게 검찰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 위원장은 토로했다.

그는 뮤지컬 ‘원효’와 관련해서도 “회사로 들어온 7억 원의 광고협찬금을 영담스님이 대표로 있는 한중불교문화교류재단(한중불협)으로 빼돌렸다”며 “수익은 사적으로 처리하고 수수료 등의 비용은 집행금에서 사용했다. 이는 명백한 횡령과 배임 혐의”라고 주장했다. BBS노조 측은 대구불교방송 사옥관련 손실, 상조회 비리 의혹 등도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영담스님의 최측근인 박원식 前 BBS보도국장(뮤지컬TF팀장)은 BBS노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前 국장은 반박자료를 통해 “뮤지컬 원효의 수입금은 BBS의 별도 계좌를 통해 전액 입금됐다”면서 “원효의 수익 내역은 이 계좌를 통해 관리가 됐으며, 또한 수익과 지출, 정산은 BBS가 직접 관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7억 원의 광고비와 협찬금을 빼돌렸다는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BBS와 한중불협은 뮤지컬 원효와 관련해 투자약정서를 체결하고, 이 투자약정서에 따라 정산 후 수익금을 한중불협 측에 정당하게 내부 결재를 거쳐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절차상의 문제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박 前 국장은 자신과 관련한 6000만 원 착복과 관련 “정상적인 내부 결재를 거쳐 수수료를 받았고 이는 뮤지컬 재공연 준비 및 홍보 마케팅 비용으로 충당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BBS스님들도 사장 사퇴압박 파문 확산
불교방송 사태가 법정소송에 휘말리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가운데 방송진행자인 7명의 스님이 이채원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여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방송중단을 선언한 스님은 최근 ‘불교방송 정체성 회복을 위한 기원대법회’을 개최하고 BBS의 정상화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이채원 사장의 결단과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불교방송 사장은 불교 신행과 정서가 배어 있는 불자여야 한다”며 “종교의 정체성을 의심받는 사람(사장)을 묵인하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도 불교방송 사장으로 곧 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님들은 ▲승가를 서슴없이 모독한 이채원 사장은 참회와 사퇴 ▲사태를 방관・동조한 직원들의 공개 참회 ▲불교방송 재단 이사회는 사태해결에 적극 나설 것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불시넷 “수렁에 빠진 BBS 정상화 위해 힘 보태야”
불교방송 사태를 바라보는 불교계시민단체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며 방송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불시넷)는 성명에서 BBS노조가 제기한 영담스님의 횡령·배임 혐의 의혹에 대해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다.

이들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법적 처벌 이전에 사회적 공분과 지탄을 면키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인의 책임자로서 불투명하고 방만한 경영이 사법적 심판 대상이 되고 조직 내 심각한 내홍을 일으킨 데 대해 스스로 참회·자숙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시넷은 방송진행을 거부한 스님들도 집단행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불시넷은 “스님들 주장대로 현 사장의 종교적 편향이 있다면 그 역시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수렁에 빠진 BBS의 정상화를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더 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교도 논쟁’ 같은 제살깍기식 분란이나 편 가르기 싸움에 스님들까지 가세하는 것은 볼썽사납다”면서 “BBS의 그릇된 관행과 문제들을 바로잡아 조속한 정상화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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