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 인근을 한 택시기사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정부·여론·언론 모두가 우릴 욕하고 있더라구요. 하루 16시간 일하며 한 달 72만 원 받는 우리 기사들은 억울할 따름입니다.”

정부가 택시법을 거부한 가운데 그 중심에 있는 택시 운전기사들 역시 현 사안에 모두 촉각을 세우고 있었다.

지난 23일 대부분의 기사들은 “택시법 거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역 앞에서 대기해 있던 이모(67, 남) 씨는 “택시법에 대해 할 말이 많다”며 “손님을 태워야 하니 일단 타라”고 했다.

마침 뒷좌석에 탄 손님이 “은평구 응암동이요”라며 외치자 이 씨는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씨에 따르면 그는 택시기사 경력 7년째로 과거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퇴직, 자영업을 하다 택시기사를 시작했다.

이 씨는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오죽하면 파업까지 하겠다는 건지 윗사람들은 정말 모른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이 씨는 이어 “정부가 과연 택시법을 거부할 자격이 있나”며 “언제 택시타고 다니면서 기사들이 어떻게 사는지, 왜 힘들어하는지 알아본 적 있나. 내 눈에는 일단 택시법을 막고 보자는 거지,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씨는 택시기사들도 서로 “우리 어떻게 되는 거냐”며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도 파업은 너무 극단적인 방법이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손님만 안 타셨다면 정말 흥분할 질문”이라며 “파업 아니면 우리가 할 게 없지 않나. 아픈 손님, 어르신들 우리 아니면 어떻게 이동하나하는 걱정에 파업해 놓고도 전전긍긍한다”라고 말했다.

약 40분 후 응암오거리에서 손님이 내리자 이 씨는 “지원금만을 위한 게 아니라 택시의 고질적인 병폐를 없애고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투명하게 바꾸자는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한국 와서 가장 먼저 보는 게 택시 문화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택시문화, 자랑스러운가 묻고 싶다”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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