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전 서울역 앞에 택시가 줄지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일각에선 ‘정부택시지원법’ 환영 받아
“당장 이익 없어도… 대중교통 되고 보자는 꼴”

[천지일보=이솜 기자]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이른바 ‘택시법’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치권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으며 택시업계 역시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물러나지 않는 모양새다.

◆반대여론 압박·정부 제안 통할 수도

택시업계와 정부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택시업계는 결국 파업 카드를 꺼냈다.

택시 4개 단체는 지난 22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이달 30일 부산에서 열리는 제1차 총회에선 영남권 택시, 다음 달 1일 광주 총회에서는 호남권 택시가 각각 하루 동안 운행을 중단한다. 이후 오는 2월 20일 서울에서 열리는 3차 총회부터는 전국 모든 택시가 운행을 접고 무기한 파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의외로 이번 사태가 빠르게 해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론과 언론의 압박 때문이다.

정부의 택시법 거부와 택시업계 파업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인 23일 언론매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택시법 거부가 옳다’는 내용의 기사·사설 등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정부가 택시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놓고 찬성이65.2%, 반대가 23.9%로 나타났다.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시켜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반대라는 응답이 60.2%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택시법을 다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21%에 그친 반면 정부의 대체입법인 택시지원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은 70.2%에 달했다.

택시기사 이모(40, 남) 씨는 “정부가 택시법 대신 내놓은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택시지원법)’에서 운송비용 전가 금지와 정년 연장, 차고지 조성 등은 택시법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항목”이라며 “일부택시 기사들은 이러한 것들이 ‘택시법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도 한다”고말했다.

◆“이번엔 안 속는다”… 불신 폭발이불러온 사태

택시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처럼 택시지원법에서 구체적인 사안을 제시했음에도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크다.

이제껏 많은 정치인들이 택시 산업 활성화와 업계 처우 개선 등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에 실익이 없더라도 택시가 법률상 ‘대중교통’이 되면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이 되므로 지속적인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을 노린다는 분석이다.

한 교통 전문가는 “간단히 말하자면 서자가 호적에 올려달라는 꼴”이라며 “부모가 올려준다 말만 하니까 일단 확실히 도장까지 찍자는 것이다. 그 후에 부모에게 부양의 의무를 요구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택시법에 대해 비판을 하면 택시 업계는 이것도 안받겠다, 저것도 아니다 하는데 그렇게 보자면 정부에서 제안한 것이 더욱 구체적이고 이익이 크다”며 “그러나 아직 정부도 예산안 결정 등이 안 된 상태에서 제안한 것이라 확실히 약속을 지킬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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