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굳은 표정의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연합뉴스)
野 후보 단일화시 ‘정수장학회’ 최대 걸림돌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지난 21일 새누리당 박근혜(사진) 후보의 ‘정수장학회 발언’이 과거사 논란으로 재점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선 중반 중대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로 회견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정치권은 박 후보가 전향적인 해법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대부분의 측근들도 ‘전향적’ 기조를 기대했으나, ‘퇴행적’으로 나오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박 후보의 이날 발언은 결국 정수장학회의 강탈을 부정한 것으로 비치면서 ‘역사인식 부재’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번 과거사 논란 역시 박 후보가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법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일장학회 강탈’을 인정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 스스로 강탈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는 지난 9월 초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판결이 두 개다”라고 말해 과거사 논란을 야기했던 상황과 흡사한 상황이다. 5.16에 관한 입장을 표명할 때도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 발언한 뒤 여론이 악화하자 “정상적인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수위를 낮추기도 했다.

MBC와 정수장학회 간의 주식매각 비밀협상 논란을 털자고 한 기자회견이 오히려 박 후보의 대선 가도에 초대형 악재가 되어 돌아온 셈이다.

게다가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에서 장학회에 대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임기 사수 의지를 밝혀 박 후보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후보는 22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사퇴를 거부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최 이사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박 후보의 이런 행보에 대해 당 안팎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지난번 과거사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한 것이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본인의 입을 통해 실토한 것밖에 안 된다”며 박 후보를 비판했다.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실망을 넘어 걱정”이라고 했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긍정적으로 진행될 경우 박 후보를 옥죄는 결정적인 변수가 ‘정수장학회 논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 차례 공식 사과를 한 바 있어 또다시 전향적인 발언으로 이번 논란을 무마시키려고 해도 진정성을 인정받는데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이번 정수장학회 논란을 잠재울 만한 뚜렷한 명분이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도 최 이사장이 사퇴한다 할지라도 박 후보의 과거사 논란을 봉합하는 수준이지 5.16, 유신 등 과거사 사과에 대한 진정성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발언은 일반 국민의 평균 시각과 동떨어져 있다. 스스로 어려운 길은 택한 것”이라며 “이번 주에 나오는 여론조사를 보면 알겠지만 2~3%포인트 정도 지지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