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이 대이동하는 추석을 앞두고 서울 곳곳에서는 홀몸노인과 다문화 주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행사가 열려 훈훈함을 선사했다. 본지는 이같은 행사장을 방문한 홀몸노인과 다문화 주부, 외국인 노동자의 목소리와 더불어 조국 분단으로 가족과 만나지 못하는 이산가족·탈북자의 명절 이야기도 들어봤다.

“철조망에 갇혀 유배 생활하는 죄인 같아”

[천지일보=김명화 기자] “명절이 돼도 고향에 갈 수 없으니까 마치 죄지어 유배 생활하는 사람 같아…. 철조망 앞에 서서 이북을 바라보면 그런 생각에 가슴이 미어져.”

올해 73살인 안선희 할아버지의 고향은 평안남도 맹산군 옥천면이다. 안 할아버지는 15살적 1.4 후퇴 피난길에 오르면서 이산가족이 됐다.

특히 명절이 되면 안 할아버지는 북한에 두고 온 혈육 생각에 그리움이 사무쳐 고향 땅이 가장 잘 보이는 임진각을 찾는다고 말했다.

“명절날은 임진각 망배단에 가서 소주 한잔 따라놓고 북쪽에 있는 고향을 바라보면서 부모님께 큰절을 올려.”

그러면서 안 할아버지는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고 걸어가도 2~3일이면 도착할 거리인데 명절이 돼도 부모‧형제 있는 고향 땅을 못 가서 한이 서린다”면서 “하루빨리 통일이 돼 분단의 비극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안 할아버지와 같은 고령의 이산가족들에게 명절은 괴롭고 외로운 시기다. 고령으로 해마다 4000명 정도의 이산가족들이 한을 품은 채 세상을 뜨고 있지만 이 같은 절박한 사정에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2012년 8월 통일부 통계에 따르면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총 12만 8727명 중 5만 2744명이 이미 사망했다. 현재 생존자 7만 6003명 가운데 사망자 비율이 42.7%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생존자 10명 중 8명이 칠순을 훌쩍 넘긴 고령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추석을 계기로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이산가족상봉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5·24조치를 해제하고 금강산 관광길을 열어놓아 상봉을 추진할 수 있는 조건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통지한 바 있다.

사실 현 정부 들어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 경색 탓에 2009년 9월과 2010년 10~11월 단 두 차례만 이뤄졌다.

기약 없이 세월만 흘러가는 가운데 12만 8000여 명의 이산가족은 명절에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그날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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