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이 대이동하는 추석을 앞두고 서울 곳곳에서는 홀몸노인과 다문화 주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행사가 열려 훈훈함을 선사했다. 본지는 이같은 행사장을 방문한 홀몸노인과 다문화 주부, 외국인 노동자의 목소리와 더불어 조국 분단으로 가족과 만나지 못하는 이산가족·탈북자의 명절 이야기도 들어봤다.

추석 앞두고 소외계층 위한 따뜻한 행사 열려

◆ 홀몸노인 “전통시장서 추석의 따뜻함 느껴요”

▲ 20일 오후 3시 서울 성동구 도선동 상점가에서 홀몸노인들에게 송편 나눠주기 행사가 열렸다. 한 할머니가 송편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우리 민족의 명절 추석을 일주일 앞둔 20일 오후 3시 서울 성동구 도선동 상점가.

명절을 앞두고 제수용품을 준비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한쪽에는 도선동 상점가 번영회가 소외된 홀몸노인에게 송편을 나눠주는 행사를 열었다. 성동구청과 도선동 상점가 번영회가 명절을 맞아 홀로 외로움이 더할 홀몸노인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200명에게만 나눠주는 송편이지만 이를 받기 위해 집을 나선 노인들은 줄을 서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장애가 있어 불편한 몸임에도 송편을 나눠준다는 소식에 발걸음을 뗐다는 정필옥(55, 서울 성동구 도선동) 씨는 “송편을 챙겨주니 고마운 마음뿐”이라며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주변에 사는 이웃들과 함께 나와 송편을 받았다는 배말임(78, 서울 성동구 도선동) 할머니는 “송편을 나눠줘서 고맙다”며 “맛있게 잘 먹겠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200명 한정 행사라 송편을 못 받은 한 노인은 “조금 늦게 왔더니 벌써 떨어지고 없었다”며 아쉬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행사를 개최한 도선동 상점가 번영회 이기백 회장은 “올여름 복날에 이어 추석을 맞아 주민들과 훈훈한 정을 나누기 위해 송편 나눠주기 행사를 열었다”며 “전에는 먹고 마시는 형태의 행사를 했었지만 이렇게 나누는 행사를 진행하니 주민들도 즐겁고 전통시장도 활성화되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소외된 노인들이 송편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상가번영회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상가번영회에서는 홀몸노인 송편 나누기와 더불어 투호 게임, 윷놀이, 행운권 추첨 등을 진행해 4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 다문화가정주부 “송편 이렇게 만들면 될까요?”

▲ 3년차 다문화 주부 손수팝지라파 씨가 가족과 송편을 빚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2일 오후 2시 또 다른 전통시장인 서울 광진구 자양동 노룬산시장에서는 주민들의 흥겨운 노랫소리가 퍼졌다.

풍성한 추석을 준비하기 위해 주민들의 발걸음이 바쁜 노룬산시장 중심에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송편을 빚는 행사와 노래자랑이 열린 것.

이날 행사는 광진구청과 노룬산시장번영회가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진행한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민주통합당 추미애 의원은 “대형마트에 가실 것이 아니라 전통시장에서 지역 주민들 간의 정과 사랑을 나누면 전통시장이 활성화되고 주민들의 경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명절 대목을 통해 희망을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주민들이 즐거운 추석 명절을 보내길 바란다”며 “풍성한 가을을 맞으시고 전통시장이 발전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후 쑥으로 낸 고운 초록빛깔 반죽과 햅쌀로 만든 하얀 반죽에 고소한 콩과 깨 속을 가득 채우는 송편 빚기 행사가 진행됐다.

송편 빚기 행사에 참여한 태국 출신 3년차 다문화 주부 손수팝지라파(29) 씨는 “송편은 지난해 처음 만들어 봤다”며 “태국과 문화는 다르지만 송편이 맛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수팝지라파 씨는 태국의 명절에 대해 “태국에도 한국의 추석 명절과 같은 명절이 있다”며 “한국 사람들이 송편을 먹듯 태국에서는 찹쌀로 만든 약식을 먹는다”고 말했다.

곁에서 송편 만들기를 함께한 손수팝지라파 씨의 시누이 송순임(42, 서울 광진구 자양4동) 씨는 “요즘엔 태국음식 재료를 파는 곳이 많아졌다”며 “집에서 올케(손수팝지라파)와 태국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특유 향료를 빼면 맛이 좋다”고 말했다.

송편 빚기 행사 이후에는 주민들을 위한 노래자랑이 열려 노래방 기기와 마이크가 준비됐다. 주민들은 노래 솜씨를 자랑하고 주방용 세제를 선물로 받았다.

트로트를 한 곡 뽑고 주방용 세제를 집어 든 두수예(81, 자양4동) 할머니는 “전통시장 경기를 살리려고 이런 행사를 하니 좋다”며 방긋 미소를 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5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 22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자양동 노룬산시장에서 노래자랑과 다문화 주부 송편 빚기 행사가 열린 가운데 한 주민이 트로트 곡을 부르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 외국인 근로자 “외로움 잠시 잊었어요”

23일 서울 잠실올림픽보조경기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서로 화합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서울시가 주최한 ‘제2회 서울시 외국인 근로자 체육대회’는 중국, 필리핀, 네팔, 베트남 등 20개국 7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축구와 줄다리기, 2인 3각 등 6개 종목별 경기와 응원전이 진행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에는 15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비전문인력으로 단순 서비스업과 건설업 등 힘든 일에 종사하며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탓에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는 체육대회에 앞서 “이번 체육대회가 외국인 근로자들의 외로움과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체육대회에 참석한 카트리고빈다(28, 남) 씨는 “네팔에서 온 지 2년 2개월 정도가 됐다. 친구들이 곁에 있지만 가족이 많이 생각난다”면서 “가족과 함께할 날을 꿈꾸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체육대회는 두 번째 참석하는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잠깐 잊고 모두가 즐기며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트리고빈다 씨와 고향이 같은 선짓(28, 남) 씨도 “체육대회가 앞으로도 계속 열렸으면 좋겠다”면서 “이번 추석에도 친구들과 축구를 하면서 재미있게 보낼 생각이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온 벨(43, 남) 씨는 “명절을 앞두고 이러한 체육대회가 열려 기쁘다. 체육대회에서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서 “1996년부터 필리핀과 한국을 오가며 일하고 있는데 이번 추석에도 친구들과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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