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선교장(왼쪽 위와 아래), 추사 김정희 고택(오른쪽 아래), 고창 신재효 고택(오른쪽 위).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강릉 선교장, 낮은 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인 ㄱ자형 건물
김정희 고택, 사랑채·안채 분리… 실용적 구조 소박한 멋
신재효 고택, 초가지붕에 一자형 평면구조, 옛 정취 풍겨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우리나라는 전국 곳곳에 역사와 전통이 깃든 고택이 많다. 그중 ‘천 년 무형유산의 자랑’ 강릉과 ‘의좋은 형제의 고향’ 충남 예산, 그리고 ‘수천 년의 역사를 품은’ 전북 고창의 대표적인 고택 세 곳을 소개한다.

조선시대 사대부 멋 간직한‘ 강릉 선교장’

‘집터가 뱃머리를 연상케 한다’고 해 ‘선교장(船橋莊)’이라 명명된 강릉 선교장은 강릉 지방의 문인 이내번이 지었다. 이후 대대로 후손들이 주거하고 있다.

중요민속문화재 제5호로 지정된 선교장은 안채·사랑채·행랑채·별당·정자 등 모든 건물이 거의 완벽한 구조를 자랑한다.

안채는 1700년 이전에 이내번이 지었으며, 사랑채인 열화당은 1815년에 오은거사(鰲隱居士) 이후(李后)가 건립했다. 안채의 오른쪽으로 연결된 주인 전용의 별당 건물인 동별당은 이근우가 1920년에 지은 ㄱ자형 건물이다.

안채와 열화당 사이에는 서재 겸 서고로 사용한 서별당이 있었는데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또 대문 밖바깥마당의 남쪽으로 위치한 넓은 인공연못에는 활래정이 있다. 이 정자는 열화당을 세운 다음 해에 지어졌으며, 돌기둥이 받치고 있는 마루가 연못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누각 형식의 ㄱ자형 건물이다.

낮은 산기슭 아래 독립된 건물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강릉 선교장은 전체적으로 소박한 멋을 자아낸다. 또 건물 곳곳에 있는 살림살이들을 통해 강릉지방의 옛 생활풍습을 엿볼 수 있다.

옛집의 단아한 아름다움 뽐내다‘ 추사 김정희 고택’

추사 고택은 추사체로 유명한 명필 김정희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이다. 이 가옥은 사랑채와 안채가 분리된 전형적인 중부지방 반가의 모습이다.

사랑채는 중앙으로 뚫린 문을 열면 방이 하나로 이어진 ㄱ자형 구조다. 안채는 ㅁ자형 구조이며, 안으로 들어서면 육간대청(여섯 칸이나 되는 넓은 마루)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대청 양옆으로는 안방과 부엌이 있고 반대편으로 안사랑과 작은 부엌이 있다. 이 집은 당시 한양(지금의 서울)에서 건축일을 하던 목수를 불러다 만든 집으로, 실제 쓰임새에 맞게 문과 창을 낸 실용적인 구조로 돼 있다. 기둥에는 추사의 글씨가 붙여져 있으며, 방마다 다양한 창살 문양이 독특하다.

추사의 가옥은 그의 후손이 끊기고 집이 다른 사람에게 매매되면서 많이 변했으나 다시 복원되면서 소박한 분위기와 실용적인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어 고택을 찾는 관람객에게 옛집의 운치를 제공한다. 추사 김정희 고택은 충남유형문화재 제43호로 지정돼 있다.

판소리 명인의 숨결을 느끼다‘ 고창 신재효 고택’

1979년 1월 23일 중요민속자료 제39호로 지정된 이 가옥은 판소리 이론을 집대성한 명인 신재효가 1850년에 짓고 살았던 초가집이다. 이후 1899년에 그의 아들이 고쳐 지었다.

신재효는 이곳에서 말년까지 살면서 되는 대로 불러오던 광대소리를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가루지기타령’ ‘토끼타령’ ‘적벽가’ 등 여섯 마당의 판소리로 절차를 세운 뒤 가사를 다듬고, 이론을 정리했다.

지금 남아 있는 집은 신재효 초가집의 사랑채로, 중요민속자료 지정 전까지 고창 경찰서의 부속 건물로 쓰였다. 지금 건물은 국가에서 관리를 맡게 되면서 옛 모습을 되찾고자 다시 수리한 것이다.

고창 신재효 고택은 앞면 6칸, 옆면 2칸 규모에 一자형 평면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지붕은 초가지붕이다. 구성은 정면에서 볼 때 왼쪽부터 부엌 1칸, 방 2칸, 대청 1칸, 2칸을 합해 전체 1칸의 방으로 이뤄져 있다. 부엌을 뺀 나머지 앞면 5칸에는 툇마루가 반 정도 있었다.

또 부엌과 방 사이의 쌍여닫이 출입문과 대청 양쪽 방으로 연결하는 문이 없는 점 등의 독특한 구조가 눈길을 끈다.

나뭇가지로 만든 출입문도 옛 정취를 어김없이 풍긴다. 사랑채 건물 남쪽에는 직사각형의 마당이 있고, 남동쪽에는 우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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