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최근의 성범죄의 가장 큰 문제는 피·가해자의 연령대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음란물과 성범죄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청소년들은 숙제를 하면서도 ‘불가피하게’ 음란물을 볼 수밖에 없다. 바로 온라인 신문 광고에서다.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중앙지에서부터 보기 민망한 광고가 자리 잡고 있으니 다른 인터넷 매체는 말할 것도 없다.
이에 지난 8월 17일 본지는 ‘클린미디어로 더 밝아지는 청소년, 건강한 청소년 문화 형성을 위한 미디어의 역할-성윤리 중심으로’를 주제로 포럼을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본지는 창간3주년을 맞이해 한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신문의 실태를 진단하고, 선정성 광고의 가장 큰 피해자인 청소년들은 실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살펴봤다.

[천지일보=김명화 기자] 인터넷 언론사의 낯 뜨거운 광고, 선정적 기사와 사진들. 최근 미디어의 무분별한 선정성으로 인해 청소년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상업적 목적에 휩쓸려 공익성‧책임성을 잃어버린 미디어에 노출돼 피해를 당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만나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참여한 학생은 서울국제고 1년 이예림(17) 양, 홍익디자인고 1년 최산(17) 양, 경희여고 1년 원희재(17) 양이다.  

▲ 미디어의 선정성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있는 최산 양, 원희재 양, 이예림 양(왼쪽부터) ⓒ천지일보(뉴스천지)

― 어떤 측면에서 미디어의 선정성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가.

최산(최): 인터넷 뉴스는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뉴스를 보려고 기사를 클릭하면 선정적 광고를 무조건 보게끔 페이지를 구성해 놨다.

이예림(이): 집에서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는데 민망해서 부모님과 함께 신문을 보지 못한다. ‘발기부전’ ‘외국인 여친과의 술자리에서…’ 등 똑같은 광고를 백 번도 넘게 본 것 같다. 이제 문구를 보면 광고 화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원희재(원): 낚시성 기사도 많다. 제목만 자극적으로 만들어 놓고 들어가면 음란 사이트인 경우도 있다. 주요 일간지 사이트가 더 심한 것 같다.

― 선정적 광고나 기사 혹은 이와 유사한 사이트를 보면 클릭하고 싶은 호기심이 드는가.

최: 그런 충동은 없었다. 다만 광고를 닫는 창이 작아서 닫으려고 클릭했다가 실수로 열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의도하지 않았지만 음란성 광고를 접하게 된다.

이: 광고 수입을 늘리려고 미디어가 너무 상업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최: 남학생들 같은 경우 그런 광고에 호기심을 느껴 지속적으로 보다가 포르노 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자 입장에서 그런 광고를 보면 개인적으로 수치심이 느껴진다.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 미디어를 통해 음란물을 처음으로 접한 시기가 언제인가.

원: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인터넷을 하다가 잘못 클릭해서 음란물을 다운로드 받은 적이 있었다.

이: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의도하지 않았는데 인터넷을 통해 접하게 됐다.

최: 남학생들도 대부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음란물을 본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공개적으로 보고 나서 서로 내용에 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화면에서 본 것처럼 따라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 음란물을 접하게 되면 발생하게 되는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어린 나이에 알 필요가 없는 부분을 너무 많이 알게 되는 것 같다. 올바르게 배울 기회 없이 무분별하게 접하게 되니 성에 대해 이상한 방향으로 오해하게 되는 것 같다.

최: 학교에서 성교육을 할 때 이렇게 말한다. ‘성은 소중한 것이고, 위대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성행위는 부부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미디어를 통해 성을 접하고 스스로 성에 관한 개념을 세운다. 특히 남학생들은 미디어를 통해 음란물을 접한 후 성행위에 대해 판타지를 가지는 것 같다. 서로 좋아하면 이런 행위가 아름다운 것이고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원: 인터넷으로 자극적인 것을 접하다 보니까 다른 방면에 집중을 못하게 된다. 또 성에 관해 많은 호기심을 갖게 된다. 일부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얼마나 많은 여학생을 만나 관계를 맺었냐가 중요한 이야깃거리다.

―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최: 바람직하지 못한 정보를 게재하는 매체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 또 이와 다르게 바람직한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가 있다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실 정부에서 청소년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생색내기 정책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청소년이 성에 관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성교육에 좀 더 치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정적인 미디어 환경에 노출됐을 때 스스로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원: 미디어들이 당장의 광고 수입만 바라보고 기사나 광고를 게재하거나 프로그램을 제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체적으로 심의를 해서 건전한 내용을 내보냈으면 좋겠다.

최: 당장은 선정성 있는 매체가 인기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깨끗한 언론들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언론사 스스로 클린미디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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