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 광고, 음란물 유도 매개체 역할 해”

10대 일간지 살펴보니
16개 중 13곳 선정적 광고
광고방법도 점점 다양해져
‘댓글’도 성인광고가 점령

청소년에게 ‘악영향’
호기심 유발해 ‘클릭’ 유도
성인물 접한 청소년 5%는
“성추행·성폭행 충동 느껴”

 

[천지일보=이솜 기자] 9살, 6살 자녀가 있는 백진아(39, 여, 전북 정읍시 수성동) 씨는 아이들이 인터넷을 하면서부터 걱정이 생겼다. 성인인 자신이 봐도 얼굴을 찌푸릴 만큼 인터넷 언론의 광고가 너무 선정적이기 때문이다.

백 씨는 “아직 성교육도 제대로 못 받은 아이들이 광고 때문에 성을 오해할까 봐 우려된다”며 “광고의 영향을 받은 아이들이 성을 왜곡하지 못하도록 부모들이 지혜롭게 교육하는 것밖에는 방도가 없는 것 같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나이도 점점 어려지는데 피해가 생기기 전에 대책이 빨리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디어 광고의 선정성을 지적하는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 관련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미디어의 선정성이 청소년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달 1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지정한 13개 전국종합일간지와 통신사 3개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청소년들이 주로 보는 연예 섹션의 기사 하나씩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선정적 광고가 없는 언론사는 총 16개 중 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정적 광고가 있는 언론사 사이트에는 적으면 3개부터 21개까지의 선정적인 문구와 사진이 게재됐다. 특히 이젠 기존의 ‘낯 뜨거운 문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사진과 기사 아래 소위 ‘섹시 화보’ 등 선정적 광고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여성 선수들이 짧은 유니폼을 입고 운동하는 중 노출이 발생한 사진만 고의적으로 올린 곳도 있었으며 속옷 광고에서는 여성모델이 직접 속옷을 입고 있는 장면을 내보낸 언론사들도 많았다.

심지어는 기사에 대한 댓글에조차 성매매를 유도하는 광고가 한 페이지를 도배한 곳도 있었다. 다이어트 약 광고 역시 여성이 속옷만 입은 모습이 나오는 등 노출이 심한 편이었다.

종합일간지나 통신사가 아닌 인터넷 언론은 더욱 가관이었다. 기사를 보기 힘든 곳도 많았으며 노출의 정도나 문구의 수위 역시 훨씬 선정적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언론사들의 만행은 많은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지만 선정적인 광고가 청소년들에게는 소위 ‘야동’으로 유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이건강국민연대 김민선 사무국장은 “문제는 선정적인 온라인 언론의 광고가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을 음란물로 이끄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라며 “음란물을 한 번 보게 되면 중독이 될 수도 있으며 따라 하고 싶은 생각도 들게 된다.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선도해야 할 언론이 반대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7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청소년의 성인물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음란물을 경험한 청소년의 5%가 ‘성추행‧성폭행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또한 음란물 이용 후 음란채팅(4.9%), 야한 문자나 사진 전송(4.7%), 몰래카메라 촬영(1.9%) 등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청소년의 음란채팅은 성매매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청소년들은 성인물을 이용한 후 ‘더 자극적인 성인물에 집착하게 되었다(14.0%)’ ‘안 보면 허전하다(16.1%)’ 등 성인물에 내성을 보이거나 금단증상을 보여 자칫 음란물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무총장은 “사이버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기사만 검색하더라도 음란성 문구와 사진을 접하기가 너무 쉽다”며 “이 때문에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볼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열패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터넷 언론 광고의 선정성은 반드시 척결돼야 하며 이것이 잘못됐다는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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