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교회 교회세습 논란을 처음으로 일으켰던 충현교회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담임목사직 세습 금지 개정안 내달 입법회의서 결정… 상당한 진통 겪을 듯 
“긍정적 효과 예상… 교회 재정투명화 전제돼야 효과 있어”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9월 입법회의를 앞두고 ‘교회 세습방지 법안’을 신설할 것으로 보여 개신교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감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교단 차원에서는 최초로 교회 세습 방지법이 제정되게 된다.

특히 개신교 3대 교단 중 하나라는 점에서 기감의 교회 세습 방지법 추진은 개신교계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감리교 장정(감리교 교회법)개정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자정 제3편 ‘조직과 행정법’에 ‘담임자 파송 제한’ 조항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확정했다. 이날 전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앞서 20~22일 개정위가 비공개회의를 통해 초안을 마련한 것이다.

‘교회 세습 방지’를 포함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의 개정안은 임시 감독회장의 공고에 따라 내달 중순 입법의회에 상정되며, 이때 통과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이 법이 통과되면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 초안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가 연속해서 동일 교회를 담임할 수 없으며, 부모가 장로인 교회에서 장로의 자녀가 담임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만약 이를 어기면 감리교단 내에서 목회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세습 방지법이 추진된 배경에는 최근 감리교회들의 담임목회 세습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회 세습 방지법을 명문화해 교단의 추락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려는 것이다.

기감은 교단 내 대형교회들이 잇따라 담임목사직을 세습함에 따라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감뿐 아니라 대형교회들의 교회 세습은 지난 1990년대 말부터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빈번히 이뤄졌다. 현재도 여전히 교회 세습은 이어지고 있으며 변형된 형태의 세습도 시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수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최근 ‘교회 세습’을 옹호하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기총은 교회 목사가 자식에게 담임직을 승계하는 것과 관련해 “‘교회 세습’이나 ‘교회 승계’는 잘못된 용어”라며 “후임자가 비록 직계 자손일지라도 ‘청빙’이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모의 재산이나 신분 등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개혁 성향의 단체들은 “기독교는 혈연의 종교가 아닌 언약의 종교이므로 목회 세습은 하나님의 뜻과 성령의 역사가 설 자리를 없게
만드는 반성경적인 행동”이라며 “담임목사직 세습의 이면에는 교회를 물적 공간으로 보는 고질적인 물량주의와 잘못된 소유의식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 투명화 법적 보장 안 되면 세습 계속될 것” 
이처럼 보수·개혁 성향에 따라 개신교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하지만 ‘교회 세습’이 개신교의 신뢰를 추락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만큼 감리교의 이번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종교개혁시민연대 김성국 운영위원은 “한국교회가 자성하고 변화하려는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한국교회가 결국 살려면 교인의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법이 명문화되면 기준이 세워진다”면서 “교인들이 맹목적으로 목사를 따라가지 않고 세습 문제를 생각해 볼 기회가 마련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세습 방지법이 마련되더라도 편법을 쓰거나 다른 형태로 세습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김상구 사무처장은 “법 취지나 뜻에는 공감하나 방법적인 면에서는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뿌리를 안 건드리고 가지만 건드린 셈”이라며 “결국 교회 세습 문제의 핵심은 돈 문제다.

교회의 재정 투명화에 대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국 운영위원도 이 점에 대해 동의했다.

한편 기감의 세습 방지법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비가 남아 있다. 기감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이 법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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